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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재미있는 시 두 편을 보았습니다. 현대시학 6월호에 발표된 이문재 시인의 시 「촛불의 노래를 들어라」입니다. 이 시의 내용을 보여드리면 이게 어떤 시를 이렇게 바꾸었는지 단박 알아채실 겁니다.
  
  "불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불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 불이 눕는다 /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
  
  "우리가 불이 되어 만난다면 / 젖은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 화르르 화르르 불타오르는 소리로 흐른다면(.....) //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물로 만나려 한다. / 벌써 물줄기가 된 물방울 하나가 / 물바다가 된 세상을 쓰다듬고 있나니 //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 저 물 지난 뒤에 / 타오르는 불로 만나자....."
  
  앞의 시는 김수영 시인의 「풀」을 뒤의 시는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를 패러디한 시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풀을 불로 바꾸거나 물의 자리에 불을 가져다 놓아 보면 요즘 우리 현실을 생생하게 노래하는 시가 된다는 것입니다. 김수영 시인은 비와 바람에 쓰러졌다가는 다시 일어서는 풀에서 민중적 생명력을 보았다면, 이문재 시인은 바람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촛불에서 풀의 생명력처럼 질긴 그 어떤 힘을 본 것이지요.
  
  강은교 시인은 불로 만나지 말고 물로 만나자고 했습니다. 물이 가진 통합의 힘 소생의 힘이 대결하고 태우고 죽게 만드는 불의 속성보다 크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그러나 촛불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권력을 향해 이문재 시인은 유쾌한 패러디를 던짐으로써 우리를 다시 즐겁고 신명나게 합니다.
  
  이 시가 발표된 걸 본 문인들은 밥 먹는 자리 술 한 잔 하는 자리에서 저런 시라면 나도 지을 수 있겠다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던집니다.
  
  "사람들 사이에 불이 있다 / 그 불에 가고 싶다" "촛불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희는 / 언제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촛불이 곁에 있어도 / 나는 촛불이 그립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촛불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촛불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이 이야기가 네티즌들의 귀에 들어가면 수백 편의 재미있는 시가 인터넷 공간으로 쏟아져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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