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098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책문이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이 되는 시험을 말합니다. 대과를 거친 인재들 가운데 33명이 남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탈락하지 않습니다. 다만 등수만 결정될 뿐입니다. 이들이 왕 앞에서 치르는 최종 시험이 책문입니다. 왕은 절박한 심정으로 인재를 뽑기를 원했기에 그 시대의 가장 절실한 물음을 던지고 과거에 응시한 사람 역시 목숨을 걸고 시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질책하며 답합니다.
  
  광해군 3년에 임금은 선비들의 의견 차이를 조정할 길이 없고 전란을 겪고 살아남은 백성을 소생시키기 위해 시급하게 해야 할 세제문제와 토지문제 등에 대해 대책을 묻는 문제를 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임숙영은 답안지에다 이렇게 씁니다.
  
  "정치적 조치는 반드시 시의에 맞게 해야 하고 인재를 쓰거나 무능한 자를 내칠 때는 반드시 공정한 방법에 따라야 하며, 높은 지위에는 반드시 후덕한 사람을 써야 하고, 모든 관직에는 반드시 유능한 사람을 등용해야 하며, 수령은 반드시 재능 있는 사람을, 장수는 반드시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합니다. (.....) 전하께서는 자기 수양에 깊이 뜻을 두시되, 자만을 심각하게 경계하십시오. 대체로 자만하면 뜻이 날로 교만해지고, 마음이 날로 게을러지며, 덕이 나날이 깎이고, 공이 나날이 무너집니다. 그렇게 되면 만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온갖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전하께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 책문에서 임숙영은 책제를 벗어나 왕에게 아첨하는 자와 척족의 횡포와 언로가 막혀서 임금과 신하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등을 격렬하게 비판합니다. 시험을 주관하는 우의정 심희수는 장원으로 급제시키려 했으나 광해군은 진노하여 그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명합니다. 그러자 영의정 이덕형, 좌의정 이항복이 삭과의 부당함에 대해 간절히 변론을 하게 되고 이 파동은 넉 달을 끌다가 결국 시관인 심희수가 벼슬을 내놓으면서 일단락됩니다. 물론 임숙영은 벼슬길에 오릅니다.
  
  벼슬길로 나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 앞에 서 있으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 하고 직언하는 기개는 이 나라의 선비정신의 핵심을 이룹니다. 시대는 달라도 시대의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이 책문의 구절구절을 대통령이나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이들도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363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971
2310 짧게 만드는 법 바람의종 2009.06.19 7136
2309 자중자애 바람의종 2011.11.13 7132
2308 '어느 날 갑자기' 바람의종 2013.01.31 7128
2307 오래 슬퍼하지 말아요 風文 2015.07.03 7127
2306 고통 風文 2015.02.15 7124
2305 타인의 성공 바람의종 2009.06.19 7119
2304 몸과 마음은 하나다 바람의종 2012.10.09 7116
2303 큰 산, 높은 산 바람의종 2012.07.06 7108
2302 희망의 줄 바람의종 2011.02.03 7107
2301 내가 만든 산책길을 걸으며 風文 2015.08.05 7106
2300 우주에서 떨어진 생각들 바람의종 2012.07.23 7104
2299 집중력 바람의종 2009.02.01 7103
2298 마법사 1 風文 2016.12.13 7100
» 임숙영의 책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098
2296 길을 잃고 헤맬 때 風文 2015.04.20 7095
2295 아, 어머니! 風文 2016.09.04 7095
2294 가난한 집 아이들 바람의종 2009.03.01 7091
2293 내 인생의 걸림돌들 바람의종 2008.10.17 7087
2292 대학생의 독서 바람의종 2008.03.13 7083
2291 네비게이션에 없는 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4.14 7079
2290 나를 돕는 친구 바람의종 2009.04.09 7077
2289 내비게이션 風文 2015.02.15 7075
2288 앞과 뒤, 겉과 속이 다르면 바람의종 2012.11.09 7070
2287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라 바람의종 2008.05.22 7067
2286 얼마만의 휴식이던가? 윤안젤로 2013.03.05 706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