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1 18:01

권력의 꽃 - 도종환

조회 수 11240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부귀와 명예가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권세와 이익과 화려한 명성이 찾아와주기를 바랍니다. 자기가 갖고 있지 못하면 그걸 가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간접적으로라도 누리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부귀공명도 어떻게 얻은 것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덕을 닦고 도덕을 지키면서도 자연히 얻게 된 부귀와 명예는 마치 산이나 숲 속에서 자라나는 꽃과 같아서 뿌리가 깊다고 합니다. 이슬을 마셔 마음껏 튼튼하게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으니 생명 또한 길지요.
  
  큰 공적이나 업적을 세워서 갑자기 얻은 부귀와 명예는 마치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 놓은 꽃과 같아서, 마음 내키는 데 따라서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하고 혹은 뽑혀 버리기도 하며 때로는 활짝 피어날 수도 있으니 언제 어떤 경우를 당할지 몰라 조마조마하고 초조하게 보내야 한답니다.
  
  만약 권력을 이용하여 빼앗은 것이라면 마치 화병 속에 잘라다 꽂은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니 잠시 서서 바라보는 짧은 시간에 시들어 버리고 말게 된다고 합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이야기를 황병국 선생이 상세하게 풀이하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권력이 얼마나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며, 또한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물러난 사람일 것입니다. 권력으로 얻은 부귀와 명성이 얼마나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마는 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역시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채 몇 달도 되지 않아 손가락질 당하고 물러나 본적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명성과 명예의 뿌리가 깊다는 것은 그가 평생을 다해 그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덕으로 얻은 명성이라서 뿌리가 깊고, 깨끗하게 살면서 얻은 명예라서 부함과 귀함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사람이라면 그 부귀명성의 생명력이 길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720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6753
2935 그대, 지금 힘든가? 風文 2023.10.16 845
2934 파도치는 삶이 아름답다 風文 2023.10.13 1055
2933 여기는 어디인가? 風文 2023.10.12 939
2932 서두르지 않는다 風文 2023.10.11 917
2931 쾌감 호르몬 風文 2023.10.11 938
2930 꿀잠 수면법 風文 2023.10.10 978
2929 35살에야 깨달은 것 風文 2023.10.10 1001
292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風文 2023.10.09 936
2927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風文 2023.10.09 978
2926 손짓 風文 2023.10.09 1075
2925 춤을 추는 순간 風文 2023.10.08 962
2924 교실의 날씨 風文 2023.10.08 907
2923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風文 2023.09.25 1070
2922 운명이 바뀌는 말 風文 2023.09.22 1098
2921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風文 2023.09.22 1029
2920 '건강한 감정' 표현 風文 2023.09.21 968
2919 얼어붙은 바다를 쪼개는 도끼처럼 風文 2023.09.21 936
2918 사람 보는 눈이 좋아서 風文 2023.09.20 1028
2917 무엇이 행복일까? 風文 2023.09.20 732
2916 너무 슬픈 일과 너무 기쁜 일 風文 2023.09.20 977
2915 책을 '먹는' 독서 風文 2023.09.07 1061
2914 아주 위험한 인생 風文 2023.09.05 878
2913 신묘막측한 인간의 몸 風文 2023.09.04 1051
2912 디오뉴소스 風文 2023.08.30 869
2911 80대 백발의 할머니 風文 2023.08.28 100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