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16 05:55

벌주기

조회 수 6432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벌주기

언어예절

“사람을 죽인 자는 그도 죽이며, 남을 다치게 한 이는 곡물로 보상하고, 물건을 훔친 이는 임자의 노비로 삼는다.”(옛조선 8조 금법에서)


형벌을 담은 선언이다. 소략한 듯하지만 기록이 사라졌을 뿐 옛조선의 규율이라고 그리 허술하지만은 않았을 터이다. 나무라거나 꾸짖어도 안 되면 결국 벌주기(징계)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일상적인 말로 풀 수준을 넘은 것으로서, 집단마다 간추린 학칙·사규·복무규정 등 갖가지 제도화된 법규가 있다. 드물지만 사사로이 행하는 벌도 있다.

학교에서는 경고·견책·근신·정학·퇴학·제적·퇴교 등이, 기업·공무원 쪽에서는 경고·견책·감봉·정직·해임·파면 등 단계를 나눠 벌을 준다. 형사·민사 사항은 이런 쪽과 상관없이 법 따라 행한다.

이처럼 틀로 굳혀 행하는 절차들이 과연 말의 영역을 벗어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좀더 복잡해질 뿐이다. 누구도 억울해선 안 되겠기에 절차마다 말글로 경위를 밝힐 기회를 준다. 떼나 억지처럼 보이는 시위도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 잘못이 없음을 말하거나(발명), 구실을 대며 그럴듯하게 둘러대고(변명), 그리 된 까닭이나 이유를 밝힌다.(해명) 집단 앞에 개인은 약하지만 집단을 걸어 시비를 가리는 절차가 있다.

법·행정·정치도 결국은 말글로 이뤄진다. 법은 강제력을 바탕으로 행정·판결의 근거가 되는데, 언제든 새롭게 거래를 트고 규제할 필요가 생기므로 손질을 자주한다. 법·제도가 아무리 정치해도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이 사람이다. 극단적 징계 방식인 전쟁도 말로 합리화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454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3995
2035 기초, 기초, 기초 바람의종 2008.12.15 6430
2034 가끔은 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바람의종 2008.10.17 6426
2033 짧은 휴식, 원대한 꿈 바람의종 2011.08.05 6425
2032 손끝 하나의 친밀함 風文 2014.12.08 6424
2031 만음(萬音)과 마음(魔音) 바람의종 2012.09.04 6423
2030 왕과 여왕이라도 바람의종 2011.08.20 6422
2029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風文 2014.12.22 6418
2028 혼자 있는 즐거움 風文 2014.12.07 6417
2027 젊어지는 식사 바람의종 2009.01.24 6406
2026 허송세월 風文 2016.12.13 6406
2025 오늘따라 아버지의 말씀이... 바람의종 2012.07.02 6392
2024 곁에 있어주자 風文 2017.01.02 6389
2023 응원 바람의종 2008.12.09 6383
2022 '좋은 점은 뭐지?' 바람의종 2011.10.25 6379
2021 하나를 바꾸면 전체가 바뀐다 바람의종 2011.08.12 6378
2020 욕 - 도종환 (137) 바람의종 2009.03.03 6376
2019 '간까지 웃게 하라' 風文 2014.12.30 6367
2018 새해 산행 - 도종환 (116) 바람의종 2009.01.23 6361
2017 벌거벗은 마음으로 바람의종 2012.12.31 6361
2016 매력 風文 2014.12.25 6361
2015 이글루 바람의종 2009.02.19 6360
2014 피땀이란 말 바람의종 2012.04.03 6358
2013 당신의 외로움 바람의종 2012.11.02 6348
2012 바람직한 변화 바람의종 2011.12.28 6347
2011 불과 나무 - 도종환 (126) 바람의종 2009.02.04 634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