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6.09 10:26

촛불의 의미 / 도종환

조회 수 8136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촛불의 의미 / 도종환




촛불은 자신을 태워서 제가 서 있는 자리만큼을 밝히는 아주 작은 불입니다. 그런데 그 촛불이 옆으로 번져서 수많은 이들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촛불은 어둠 속에서 그저 제 발걸음 정도만을 밝히는 불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촛불을 들고 나오니 촛불이 세상을 밝게 바꾸는 빛이 되고 있습니다. 촛불은 자신에 집중하게 하는 불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촛불은 공동의 선을 향해 밖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촛불은 횃불의 열기와 뜨거움과 가열찬 불꽃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횃불보다 작고 여리고 미미해 보이는 촛불이 횃불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함성과 집단적 결의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화톳불처럼 크고 야무진 나무들이 타면서 내는 불도 아닙니다. 그러나 화톳불보다 더 뜨거운 온기를 나누어주고 있고 그 주위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사서의 하나인 『대학』에 보면 『대학』을 공부하는 목적이 명덕(明德)을 밝히는 것, 백성을 친애하는 것 혹은 새롭게 하는 것, 최고의 선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지식인들이 『대학』을 배우면서 당연히 가져야 할 도리만을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밝은 덕을 밝히는 사회, 백성을 친애하는 사회, 최고의 선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촛불 안에 이런 가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은 자신을 밝게 밝히는 불입니다. 국민을 사랑하는 불이며 국민을 새롭게 바꾸는 불입니다. 그러면서 공공선, 지극히 선한 공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타고 있는 불입니다. 겸손하게 자신을 밝히는 데서 출발하여 시대가 가야 할 방향을 밝히는 빛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촛불은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먼저 들었던 불입니다. 참으로 여리고 티 없고 발랄하고 순수한 목소리들이 모여 붙인 불입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밝은 불입니다. 그 불을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걸어 나와 이어 받아 들고 있습니다. 제 발로 걸어 나온 시민들의 촛불 물결은 그 어떤 정치적 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고 세상을 밝고 경쾌하게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이 촛불, 쉽게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714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6637
3035 힘이 부치거든 더 힘든 일을 하라 바람의종 2010.05.31 6544
3034 힘을 냅시다 風文 2020.05.05 1440
3033 힘써야 할 세가지 일 바람의종 2012.08.29 13755
3032 힘들 때, '기쁨의 목록' 만들기 風文 2014.11.29 10100
3031 힘내요! 나도, 당신도. 風文 2019.08.30 1406
3030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면 바람의종 2008.07.31 11589
3029 힐러의 손 윤영환 2013.06.28 15006
3028 히틀러는 라디오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바람의종 2008.08.05 17191
3027 희열을 느끼는 순간 風文 2020.05.01 1424
3026 희열감이 뭉게구름처럼 윤안젤로 2013.03.07 12887
3025 희생할 준비 바람의종 2011.11.09 8594
3024 희생 정신 바람의종 2012.06.11 11970
3023 희미한 추억을 되살리려면 風文 2022.02.06 1335
3022 희망이란 風文 2013.08.20 19542
3021 희망이란 바람의종 2009.07.31 9171
3020 희망이란 바람의종 2010.08.03 7953
3019 희망이란 윤영환 2011.08.16 7009
3018 희망이란 바람의종 2012.08.01 10453
3017 희망이란 風文 2015.06.03 7583
3016 희망이란 風文 2019.08.12 1332
3015 희망이란 風文 2021.09.02 1081
3014 희망이란 風文 2022.06.01 1284
3013 희망이란 風文 2023.08.04 1476
3012 희망의 줄 바람의종 2011.02.03 7199
3011 희망의 스위치를 눌러라 바람의종 2008.12.27 87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