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6.02 12:21

등 / 도종환

조회 수 8032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도종환




  "우리 절에 오는 보살들 중에 당신을 위해 등을 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혜국스님이 저를 보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으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으로 좀 민망스러웠습니다. 저는 그 보살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위해 등을 달았다고 말하는 분을 만나지 못했고 그렇게 말해주는 분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등을 다는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입니까? 그를 위해, 그의 건강을 위해, 그의 인생을 위해 등 하나를 마련하면서, 그걸 절에 달고 두 손을 모으면서 무어라고 빌었을까요?
  
  혼자 마음속으로 기원하고 절을 내려와서도 전혀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 보살들은 생활하였을 겁니다.
  
  나는 그 보살들이 걸었던 등이 지닌 은은한 밝음을 생각합니다. 휘황하지 않으면서도 미미한 빛으로 꼭 그만큼의 어둠을 걷어내던 등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등은 욕심을 많이 내지 않습니다. 제가 밝힐 수 있는 만큼만 빛을 냅니다. 그러나 그 빛으로 얼마든지 '명명덕(明明德)'할 수 있습니다. 글공부하는 사람이 찾아야 할 진리도 덕을 밝게 밝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등불은 멀리까지 비추지 못합니다. 꼭 한 걸음 정도만 비출 뿐입니다. 그러나 내 발등, 내 발자국만큼이라도 덕으로 밝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도 스님의 말씀을 들은 뒤부터 기도하는 시간에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자 합니다. 그를 위해 마음의 등 하나 거는 일이 내 마음도 환하게 하고 그의 앞길도 밝게 비추는 일이기를 소망합니다.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16266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08May
    by 바람의종
    2008/05/08 by 바람의종
    Views 9069 

    개 코의 놀라운 기능

  4. No Image 08May
    by 바람의종
    2008/05/08 by 바람의종
    Views 7294 

    어머니 / 도종환

  5. No Image 09May
    by 바람의종
    2008/05/09 by 바람의종
    Views 8793 

    찬란한 슬픔의 봄 / 도종환

  6. No Image 13May
    by 바람의종
    2008/05/13 by 바람의종
    Views 5282 

    내가 행복한 이유

  7. No Image 14May
    by 윤영환
    2008/05/14 by 윤영환
    Views 6281 

    부처님 말씀 / 도종환

  8. No Image 20May
    by 바람의종
    2008/05/20 by 바람의종
    Views 7524 

    편안한 마음 / 도종환

  9. No Image 22May
    by 바람의종
    2008/05/22 by 바람의종
    Views 7147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라

  10. 로마시대의 원더랜드, ‘하드리아누스의 빌라’

  11. No Image 22May
    by 바람의종
    2008/05/22 by 바람의종
    Views 6926 

    달을 먹다

  12. 지하철에서 노인을 만나면 무조건 양보하라

  13. No Image 23May
    by 바람의종
    2008/05/23 by 바람의종
    Views 10392 

    초록 꽃나무 / 도종환

  14. No Image 26May
    by 바람의종
    2008/05/26 by 바람의종
    Views 7351 

    오늘 다시 찾은 것은

  15. No Image 27May
    by 바람의종
    2008/05/27 by 바람의종
    Views 5354 

    매너가 경쟁력이다

  16. 느낌의 대상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17. No Image 29May
    by 바람의종
    2008/05/29 by 바람의종
    Views 8887 

    가장 큰 재산 / 도종환

  18.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8/05/31 by 바람의종
    Views 7033 

    일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19.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8/05/31 by 바람의종
    Views 8491 

    폐허 이후 / 도종환

  20. No Image 02Jun
    by 바람의종
    2008/06/02 by 바람의종
    Views 8032 

    등 / 도종환

  21. No Image 07Jun
    by 바람의종
    2008/06/07 by 바람의종
    Views 6944 

    이로움과 의로움 / 도종환

  22.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8/06/09 by 바람의종
    Views 8109 

    촛불의 의미 / 도종환

  23.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8/06/11 by 바람의종
    Views 5775 

    매일 새로워지는 카피처럼

  24. 화려한 중세 미술의 철학적 기반

  25. No Image 13Jun
    by 바람의종
    2008/06/13 by 바람의종
    Views 7253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

  26. No Image 19Jun
    by 바람의종
    2008/06/19 by 바람의종
    Views 7337 

    우산

  27. No Image 21Jun
    by 바람의종
    2008/06/21 by 바람의종
    Views 7303 

    목민관이 해야 할 일 / 도종환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