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31 15:02

폐허 이후 / 도종환

조회 수 8267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폐허 이후 / 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 시 「폐허 이후」입니다. 지진이 휩쓸고 간 중국 쓰촨성에서는 3주 동안이나 매몰된 갱도에 묻혀 있다 구조되는 광부들이 있습니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들은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여진이 계속되는 동안 얼마나 무서웠고, 굶주림과 어둠과 죽음의 공포는 얼마나 깊었겠습니까?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상황 속에서 그들이 끝까지 붙들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희망이었을 겁니다. 살 수 있다는 희망!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자기 자신이었을 겁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도 거기 함께 있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454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705
2827 먼저 베풀어라 - 중국 설화 風文 2022.10.05 527
2826 진실이면 이긴다 風文 2023.03.25 527
2825 나의 치유는 너다 風文 2019.08.06 528
2824 끈기 風文 2019.08.06 528
2823 진실이 가려진 최악의 경우 風文 2022.02.08 529
2822 꽃이 핀 자리 風文 2023.05.22 529
2821 불안할 때는 어떻게 하죠? 風文 2022.12.17 530
2820 내 인생은 내가 산다 風文 2023.04.17 530
2819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8, 9, 10 風文 2023.06.02 532
2818 오, 라듐 오, 퀴리 風文 2021.09.02 533
2817 '억울하다'라는 말 風文 2023.01.17 534
2816 생명의 나무 風文 2019.08.15 535
2815 내면의 향기 風文 2020.05.01 537
2814 그냥 느껴라 風文 2019.08.21 538
2813 숨 한 번 쉴 만한 짧은 시간 風文 2019.08.28 540
2812 내려야 보입니다 風文 2021.09.02 540
2811 '그저 건강하게 있어달라' 風文 2022.01.26 540
2810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風文 2019.08.10 541
2809 잇몸에서 피가 나왔다? 風文 2022.02.24 541
2808 쉰다는 것 風文 2023.01.05 541
2807 다락방의 추억 風文 2023.03.25 542
2806 실컷 울어라 風文 2022.12.15 542
2805 지금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風文 2023.05.29 542
2804 아이들의 잠재력 風文 2022.01.12 543
2803 딱 한 번의 실천이 가져온 행복 - 클로디트 헌터 風文 2022.08.23 54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