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31 15:02

폐허 이후 / 도종환

조회 수 8258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폐허 이후 / 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 시 「폐허 이후」입니다. 지진이 휩쓸고 간 중국 쓰촨성에서는 3주 동안이나 매몰된 갱도에 묻혀 있다 구조되는 광부들이 있습니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들은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여진이 계속되는 동안 얼마나 무서웠고, 굶주림과 어둠과 죽음의 공포는 얼마나 깊었겠습니까?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상황 속에서 그들이 끝까지 붙들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희망이었을 겁니다. 살 수 있다는 희망!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자기 자신이었을 겁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도 거기 함께 있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33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603
2902 살아 있는 글쓰기 風文 2023.08.11 616
2901 단 몇 초 만의 기적 風文 2023.08.10 673
2900 포트폴리오 커리어 시대 風文 2023.08.09 501
2899 세상을 더 넓게 경험하라 風文 2023.08.09 733
2898 많은 것들과의 관계 風文 2023.08.07 656
2897 동사형 꿈 風文 2023.08.05 738
2896 24시간 스트레스 風文 2023.08.05 603
2895 빨래를 보면 다 보인다 風文 2023.08.04 612
2894 희망이란 風文 2023.08.04 1039
2893 밀가루 반죽 風文 2023.08.03 503
2892 육체적인 회복 風文 2023.08.03 644
2891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風文 2023.08.02 581
2890 소녀 같은 할머니, 소년 같은 할아버지 風文 2023.08.02 880
2889 청년들의 생존 경쟁 風文 2023.07.30 803
2888 두려움의 마귀 風文 2023.07.30 644
2887 자기 존엄 風文 2023.07.29 606
2886 흥미진진한 이야기 風文 2023.07.29 516
2885 괜찮은 어른 風文 2023.07.27 746
2884 우주심(宇宙心)과 에고(Ego) 風文 2023.07.27 658
2883 리더에게 던지는 질문 風文 2023.07.26 958
2882 꺾이지 않는 힘 風文 2023.07.26 705
2881 스승 사(師) 風文 2023.07.22 715
2880 60조 개의 몸 세포 風文 2023.07.22 495
2879 배움은 늙지 않는다 風文 2023.07.04 598
2878 순두부 風文 2023.07.03 4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