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글나눔 ↘……추천글
✔ 뷰어로 보기
2008.05.23 11:21

초록 꽃나무 / 도종환

바람의종
조회 수 10384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초록 꽃나무 / 도종환




꽃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돌아와 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나무는 다시 똑같은 초록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된다
그렇게 함께 서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고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숲을 이룬다
꽃피던 날은 짧았지만
꽃 진 뒤의 날들은 오래도록
푸르고 깊다
---「초록 꽃나무」전문

매화나무가 초록 잎을 달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과나무도 목련나무도 산벚나무도 다 초록 잎으로 함께 흔들리고 있습니다. 꽃이 피어 있을 때는 꽃만으로 구분이 가던 나무들인데 "꽃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 돌아와 있"습니다. 두충나무 헛개나무 뽕나무와 섞여 있어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꽃나무들은 어쩌면 이렇게 초록에 묻히는 것이 서운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초록으로 하나 되어 섞이면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 그늘을 만들고 /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 숲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 그루의 꽃나무에서 비로소 숲을 이루는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꽃 피던 날은 짧았지만" 나무의 일생 중에는 꽃 진 뒤에 초록 잎으로 지내는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초록의 날들이야말로 나무의 생명이 가장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날입니다. 우리가 꽃피던 화려한 날들에만 매어 있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에디터 선택하기
?

추천 글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16199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No Image notice by 風文 2015/08/20 by 風文
    Views 105604  Replies 1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12Jul
    by 바람의종
    2008/07/12 by 바람의종
    Views 6495 

    생각의 집부터 지어라

  4. 09Jul
    by 바람의종
    2008/07/09 by 바람의종
    Views 8323 

    왕이시여,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5. No Image 09Jul
    by 바람의종
    2008/07/09 by 바람의종
    Views 7084 

    후배 직원을 가족같이 사랑하라

  6. No Image 04Jul
    by 바람의종
    2008/07/04 by 바람의종
    Views 8995 

    이장님댁 밥통 외등

  7. No Image 03Jul
    by 바람의종
    2008/07/03 by 바람의종
    Views 6637 

    얼굴빛

  8. No Image 01Jul
    by 바람의종
    2008/07/01 by 바람의종
    Views 7968 

    雨中에 더욱 붉게 피는 꽃을 보며

  9. No Image 27Jun
    by 바람의종
    2008/06/27 by 바람의종
    Views 6152 

    빈 병 가득했던 시절

  10. No Image 24Jun
    by 바람의종
    2008/06/24 by 바람의종
    Views 7823 

    그 시절 내게 용기를 준 사람

  11. No Image 23Jun
    by 바람의종
    2008/06/23 by 바람의종
    Views 7939 

    여린 가지 / 도종환

  12. 23Jun
    by 바람의종
    2008/06/23 by 바람의종
    Views 9256 

    길 떠나는 상단(商團)

  13. No Image 21Jun
    by 바람의종
    2008/06/21 by 바람의종
    Views 7303 

    목민관이 해야 할 일 / 도종환

  14. No Image 19Jun
    by 바람의종
    2008/06/19 by 바람의종
    Views 7334 

    우산

  15. No Image 13Jun
    by 바람의종
    2008/06/13 by 바람의종
    Views 7253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

  16. 11Jun
    by 바람의종
    2008/06/11 by 바람의종
    Views 8244 

    화려한 중세 미술의 철학적 기반

  17.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8/06/11 by 바람의종
    Views 5772 

    매일 새로워지는 카피처럼

  18.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8/06/09 by 바람의종
    Views 8104 

    촛불의 의미 / 도종환

  19. No Image 07Jun
    by 바람의종
    2008/06/07 by 바람의종
    Views 6944 

    이로움과 의로움 / 도종환

  20. No Image 02Jun
    by 바람의종
    2008/06/02 by 바람의종
    Views 8028 

    등 / 도종환

  21.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8/05/31 by 바람의종
    Views 8490 

    폐허 이후 / 도종환

  22.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8/05/31 by 바람의종
    Views 7029 

    일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23. No Image 29May
    by 바람의종
    2008/05/29 by 바람의종
    Views 8887 

    가장 큰 재산 / 도종환

  24. 27May
    by 바람의종
    2008/05/27 by 바람의종
    Views 4642 

    느낌의 대상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25. No Image 27May
    by 바람의종
    2008/05/27 by 바람의종
    Views 5353 

    매너가 경쟁력이다

  26. No Image 26May
    by 바람의종
    2008/05/26 by 바람의종
    Views 7351 

    오늘 다시 찾은 것은

  27. No Image 23May
    by 바람의종
    2008/05/23 by 바람의종
    Views 10384 

    초록 꽃나무 / 도종환

목록
쓰기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