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8 14:24

참는다는 것 / 도종환

조회 수 8558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참는다는 것 / 도종환




남도에 꽃구경 갔다가 오는 길에 어느 절에 들렀습니다. 신라시대에 인도로부터 불법이 들어왔음을 알려주는 이 절 마당에는 봄풀 사이에 자잘한 봄맞이꽃들이 피어 있었고 그 꽃이 주는 기운으로 절 마당은 따뜻하였습니다. 봄기운을 담뿍 받고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법어 몇 말씀 적힌 오래된 게시물이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참기 어려운 것을 참는 것이 진실한 참음이요 누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의 참음이다. 자기보다 약한 이의 허물을 기꺼이 용서하고, 부귀와 영화 속에서 겸손하고 절제하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수행의 덕이니 원망을 원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성내는 사람 속에서도 마음을 고요히 가질 것이며 남들이 모두 악행한다고 가담하지 말라. 강한 자 앞에서 참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고, 자기와 같은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은 싸우기 싫어서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다."
  
  『아함경』에도 나오는 이 말씀을 한번 읽고 지나치기 아까워 몇 번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참을 수 있는 것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참기 어려운 것까지 참는 것이 진실하게 참는 것이라고 가르치십니다.
  
  강한 자 앞에서는 말도 못하고 꾹 참다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불 같이 화를 내는 우리들은 얼마나 비겁한 사람들입니까.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기로 하였습니다. 아니 그냥 참기보다 허물을 용서하고 절제할 줄 아는 것 또한 그를 위한 일이기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내 마음을 불같은 원망과 분노로 태우지 않고 고요하고 평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일은 상대방보다 나에게 더 득이 되는 일입니다.
  
  꽃 구경 절 구경 갔다가 귀한 말씀까지 얻어오니 참으로 복 받은 봄날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025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9555
2627 얼어붙은 바다를 쪼개는 도끼처럼 風文 2023.09.21 656
2626 새날 風文 2019.08.06 657
2625 어른다운 어른 風文 2020.05.05 657
2624 출근길 風文 2020.05.07 658
2623 편안한 쉼이 필요한 이유 1 風文 2023.01.20 658
2622 벚꽃이 눈부시다 風文 2022.04.28 658
2621 약속을 지키는지 하나만 봐도 風文 2023.06.07 658
2620 37조 개의 인간 세포 風文 2022.02.01 659
2619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 風文 2020.05.08 660
261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9.3.미트라 風文 2023.11.24 660
2617 당신을 만난 것이 행복입니다 風文 2019.09.02 661
2616 쾌감 호르몬 風文 2023.10.11 661
2615 재능만 믿지 말고... 風文 2023.05.30 662
2614 '건강한 감정' 표현 風文 2023.09.21 662
2613 정상에 오른 사람 風文 2019.08.16 663
2612 '사랑의 열 가지 방법'을 요청하라, 어리다고 우습게 보지 말아라 風文 2022.10.11 663
2611 문병객의 에티켓 風文 2023.01.09 663
2610 연애를 시작했다 風文 2022.05.25 664
2609 내 인생의 첫날 風文 2019.08.14 665
2608 어리석지 마라 風文 2019.08.30 666
2607 '액티브 시니어' 김형석 교수의 충고 風文 2022.05.09 666
2606 아버지의 손, 아들의 영혼 風文 2023.10.19 666
2605 엎질러진 물 風文 2019.08.31 667
2604 어둠 속에 감춰진 빛 風文 2020.05.16 668
2603 고통과 분노를 제어하는 방법 風文 2020.05.19 66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