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067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네비게이션에 없는 길 / 도종환




네비게이션에 제가 있는 산방 주소를 찍고 오다보면 쌍암재 아래에서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움직임을 멈춥니다. 목표지점을 찾을 수 없어서 노란색 화살표로 바뀐 채 움직이지 않습니다. 산방은 해발 350m 정도의 산비탈 경사면에 지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동네를 끼고 산방 뒷길로 돌아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지말을 지나면 네비게이션에서 길 표시가 사라집니다. 지도만으로 보면 허공을 달리거나 길 없는 길을 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길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네비게이션에 나타나지 않을 뿐입니다. 본래 는 없던 길이었지만 스님 한 분이 토굴을 짓고 기거하시면서 만들어진 길입니다. 지금 스님은 떠나셨지만 산방이 지어지면서 조금씩 모양을 갖춰온 산길입니다. 우리는 만들어진 지도를 신뢰하고 과학을 신뢰합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자료와 과학에 근거하여 길을 찾아갑니다. 이미 근거가 있고 앞선 사례가 있는 것만을 믿으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가서 길이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지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루신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희망도 길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마치 땅 위에 있는 길과도 같은 것이다. 실상 땅 위에는 원래부터 길이 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위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보니 저절로 길이 생긴 것일 뿐이다." 희망이 막연한 것, 만들어 낸 우상과 같은 것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있어 수없이 그 길을 걸어가서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13100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4. No Image 09Apr
    by 바람의종
    2008/04/09 by 바람의종
    Views 8466 

    화개 벚꽃 / 도종환

  5. No Image 10Apr
    by 바람의종
    2008/04/10 by 바람의종
    Views 9998 

    4월 이야기

  6. No Image 11Apr
    by 바람의종
    2008/04/11 by 바람의종
    Views 6765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 납니다

  7. No Image 11Apr
    by 바람의종
    2008/04/11 by 바람의종
    Views 6147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학교

  8. No Image 11Apr
    by 바람의종
    2008/04/11 by 바람의종
    Views 9537 

    소를 보았다

  9. No Image 14Apr
    by 바람의종
    2008/04/14 by 바람의종
    Views 7067 

    네비게이션에 없는 길 / 도종환

  10. 행복한 미래로 가는 오래된 네 가지 철학

  11. No Image 16Apr
    by 바람의종
    2008/04/16 by 바람의종
    Views 8434 

    행운에 짓밟히는 행복

  12. No Image 16Apr
    by 바람의종
    2008/04/16 by 바람의종
    Views 6797 

    자족에 이르는 길 / 도종환

  13. No Image 17Apr
    by 바람의종
    2008/04/17 by 바람의종
    Views 6639 

    아배 생각 - 안상학

  14. No Image 18Apr
    by 바람의종
    2008/04/18 by 바람의종
    Views 13074 

    산벚나무 / 도종환

  15. No Image 21Apr
    by 바람의종
    2008/04/21 by 바람의종
    Views 9384 

    용연향과 사람의 향기 / 도종환

  16. No Image 22Apr
    by 바람의종
    2008/04/22 by 바람의종
    Views 8706 

    행복한 농사꾼을 바라보며

  17. 교환의 비밀: 가난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18. No Image 24Apr
    by 바람의종
    2008/04/24 by 바람의종
    Views 7016 

    섬기고 공경할 사람 / 도종환

  19. No Image 25Apr
    by 바람의종
    2008/04/25 by 바람의종
    Views 7275 

    입을 여는 나무들 / 도종환

  20. No Image 25Apr
    by 바람의종
    2008/04/25 by 바람의종
    Views 5788 

    마음으로 소통하라

  21. No Image 28Apr
    by 바람의종
    2008/04/28 by 바람의종
    Views 8641 

    참는다는 것 / 도종환

  22. 시간은 반드시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23. No Image 29Apr
    by 바람의종
    2008/04/29 by 바람의종
    Views 6969 

    하나의 가치

  24. No Image 30Apr
    by 바람의종
    2008/04/30 by 바람의종
    Views 5408 

    만족과 불만 / 도종환

  25. No Image 02May
    by 바람의종
    2008/05/02 by 바람의종
    Views 9638 

    젖은 꽃잎 / 도종환

  26. No Image 05May
    by 바람의종
    2008/05/05 by 바람의종
    Views 6466 

    어린이라는 패러다임 / 도종환

  27. 원초적인 생명의 제스처, 문학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