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9 16:19

화개 벚꽃 / 도종환

조회 수 8405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화개 벚꽃 / 도종환




화개는 꽃으로 출렁거렸습니다. 구례 쪽에서 오는 길도 벚꽃으로 흥청거렸고 진주 쪽에서 오는 길도 벚꽃으로 흥건하였습니다. 밀려드는 차량 행렬로 인해 화개를 향해 가는 길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쌍계사 계곡을 향해 올라가는 길도 느린 속도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느린 속도로 벚꽃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벚꽃 길을 전속력으로 달려간다면 어떻게 꽃의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겠습니까.

화개를 향해 가는 동안 내내 동행을 해준 섬진강 물굽이처럼 우리 생도 천천히 곡선을 이루며 흘러가기를 나는 바랍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남아 있는 우리의 생도 섬진강 모래처럼 순하고 부드럽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벚꽃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입니다. 벚꽃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강렬한 향기를 내뿜는 것도 아니고, 탐스러운 꽃송이를 지니고 있지도 않습니다. 모양도 그렇고 향기도 그렇고 그저 잔잔하고 소박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월 화개의 꽃길 속에 서 있으면 우리는 벚꽃이 주는 황홀함에 매료되어 버리곤 합니다. 은은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깊고 화사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화개 사월은 벚꽃으로 아름답게 출렁거리고 우리도 꽃과 더불어 출렁거립니다. 누르고 눌러도 다시 고개를 쳐들고 일어서는 뜨거운 것들이 우리 속에 있음을 압니다. 이것들을 안고 가는 우리 생애가 부디 화려하기보다 은은하게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강렬하기보다 잔잔하게 향기롭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아직도 남은 향기가 있다면 그 향기 오래 가기를 바랍니다.




 

  1.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Date2023.02.04 By風文 Views9501
    read more
  2. 친구야 너는 아니

    Date2015.08.20 By風文 Views98790
    read more
  3. 「내 이름은 이기분」(소설가 김종광)

    Date2009.06.09 By바람의종 Views8458
    Read More
  4.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8450
    Read More
  5. 「웃음꽃이 넝쿨째!」(시인 손정순)

    Date2009.07.31 By바람의종 Views8420
    Read More
  6. 젊음으로 되돌아간다면

    Date2015.07.30 By風文 Views8413
    Read More
  7. 화개 벚꽃 / 도종환

    Date2008.04.09 By바람의종 Views8405
    Read More
  8. 씨줄과 날줄

    Date2014.12.25 By風文 Views8403
    Read More
  9. 유쾌한 시 몇 편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8402
    Read More
  10.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Date2012.11.21 By바람의종 Views8402
    Read More
  11. 헤어졌다 다시 만났을 때

    Date2008.10.27 By바람의종 Views8385
    Read More
  12. 손톱을 깎으며

    Date2015.03.11 By風文 Views8366
    Read More
  13. 곡선의 길

    Date2012.12.27 By바람의종 Views8349
    Read More
  14. 심장이 뛴다

    Date2015.08.05 By風文 Views8349
    Read More
  15. 절제, 나잇값

    Date2014.12.18 By風文 Views8335
    Read More
  16. 「친구를 찾습니다」(소설가 한창훈)

    Date2009.06.09 By바람의종 Views8334
    Read More
  17. 가난해서 춤을 추었다

    Date2014.12.04 By風文 Views8331
    Read More
  18. 선암사 소나무

    Date2014.12.17 By風文 Views8327
    Read More
  19. 벌레 먹은 나뭇잎 - 도종환 (85)

    Date2008.10.25 By바람의종 Views8326
    Read More
  20. 핀란드의 아이들 - 도종환 (123)

    Date2009.02.02 By바람의종 Views8316
    Read More
  21. 모기 이야기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8314
    Read More
  22. 젊은 친구

    Date2013.03.05 By윤안젤로 Views8313
    Read More
  23. 희생할 준비

    Date2011.11.09 By바람의종 Views8309
    Read More
  24. 아플 틈도 없다

    Date2012.10.30 By바람의종 Views8306
    Read More
  25. 겨울 사랑

    Date2014.12.17 By風文 Views8306
    Read More
  26. 외로움 때문에

    Date2012.11.14 By바람의종 Views8294
    Read More
  27. 6초 포옹

    Date2015.07.30 By風文 Views829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