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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이전에는 생산하는 사람이 곧 소비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경제생활의 최종 목적은 소비다. 물건을 많이 생산하겠다는 것만을 목표로 사는 사람은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곧 소비가 경제생활의 진정한 목적이다. 그런데 이 최종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생산이다. 소비하려면 생산된 물건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 사람들은 자기가 생산해야 할 것이 있으면 자기가 직접 생산했다. 이때에는 자신의 경제생활이 곧 얼마나 생산하느냐에 직결되었기 때문에 생산관계는 매우 투명했다. 그 시절, 가난과 부에는 아무런 비밀도 존재하지 않았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면서 사람들에겐 교환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자기가 먹고 사는 문제는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저 너머, 교환이라는 베일 뒤에 숨어있는 경제의 문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급자족 체계가 붕괴하면서 가난이 생겨났다. 11세기에서 14세기까지 유럽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전쟁, 그리고 14세기를 전후해 페스트가 돌면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다. 사람들이 페스트에 대처하는 방법은 오직 마을을 모두 태우는 것뿐이었고, 유럽의 자급자족 체제는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생산이 불가능하게 된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해답을 준 것은 마르코 폴로였다.


마르코 폴로는 사람들에게 동방이라는 나라에 어마어마한 재화와 부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동양이 세계에서 가장 잘 살던 그 시기에, 마르코 폴로는 동방과 교역을 하면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생길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동방으로 가는 길에는 협상이 불가능한 오스만 투르크가 버티고 있었다. 유럽 사회는 동방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지중해를 통한 교역을 포기하고 대서양으로 나가게 된다. 지중해 해상권인 베네치아와 이탈리아 반도는 이제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에게 경제의 주도권을 내주고 만다. 그리고 농업을 넘어서는 상업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교환이 모든 것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제 부는 현물에서 교환을 거쳐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품이 되었고, 사람들은 교환이라는 베일 뒤에 숨어 신비화된 부를 욕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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