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9 16:18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조회 수 18771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열역학적 관점에서 무질서도를 엔트로피(entropy)라고 하고, 질서도를 네그엔트로피(negentropy)라고 한다. 인간이 어떤 물질을 모아 물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네그엔트로피를 창출하고 정보를 만드는 것이고, 그것들이 오랜 세월을 통해 자연상태가 되어 무질서해지는 것은 엔트로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열역학의 법칙이다. 인간의 문화활동은 그런 의미에서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죽음을 극복하는 생명의 과정.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 상태,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예를 들어 어떤 행성에 우주선을 내려 사진을 찍었는데 거기에 대리석으로 된 조각 작품이 있다. 자연 상태에서 물질이 조각 작품의 형태를 이룰 확률은 적다. 그럴 때 우리는 그것이 자연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만들었다는 것을 예상한다. 저것은 일종의 정보 곧 네그엔트로피라고. 그런 방식으로 인간이 정보를 생산한다는 것은 죽음의 충동을 극복하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엔트로피가 예술에서는 미적 정보에 해당한다. 예술 작품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산물이 아닌 인간이 만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질서도만 있게 되면 예술작품은 매우 지루해지므로 거기에 약간의 무질서도를 이루어 미적 정보를 크게 만든다. 예를 들어 서예를 할 때 정자체를 쓰게 되면 금방 알아볼 있다. 의미 정보가 크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글자를 거의 알아보기 힘든 해서체는 미적정보가 더 커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해서가 정서보다 예술인 이유는 거기에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예의 서체들도 엔트로피와 네그엔트로피의 관계가 다 다르다. 앙리 미쇼의 서예 비슷한 무늬는 글자가 아니다. 언뜻 보면 서예처럼 보이지만 그런 건 그냥 엔트로피 상태이다. 미적 정보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예측불가능성은 이제 현대예술의 코드가 되었다. 난해한 현대음악, 난해한 현대시.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는 17개 국어를 사용한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구성으로 제대로 읽을 수도 없다. 컴퓨터로 생성한 것과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생성해낸 것을 구별할 수 없는 이 상황. 예술에 대한 관념이 변하고 있다. 현대에서 엔트로피가 강해지고, 그만큼 예술 자체의 엔트로피도 강해진 것이다. 질서와 무질서의 기묘한 결합, 엔트로피와 네그엔트로피의 프로그래밍이 예술이 되는 시대. 컴퓨터 아트의 시대가 도래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2715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116
2935 소망적 사고 윤영환 2013.06.05 11407
2934 치유의 문 風文 2014.10.18 11379
2933 고통은 과감히 맞서서 해결하라 - 헤르만 헷세 風磬 2006.11.02 11340
2932 엄창석,<색칠하는 여자> 바람의종 2008.02.28 11327
2931 風文 2014.10.20 11325
2930 하루 한 번쯤 바람의종 2012.10.29 11302
2929 불을 켜면 사라지는 꿈과 이상, 김수영 「구슬픈 肉體」 바람의종 2007.03.09 11296
2928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면 바람의종 2008.07.31 11254
2927 모퉁이 風文 2013.07.09 11247
2926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 사실은 의사 지망생이었다? 바람의종 2007.02.28 11236
2925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 바람의종 2008.02.29 11177
2924 아흔여섯살 어머니가... 윤안젤로 2013.06.05 11168
2923 한숨의 크기 윤안젤로 2013.05.20 11130
2922 여섯 개의 버찌씨 바람의종 2009.05.04 11106
2921 "'거룩한' 바보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바람의종 2009.03.31 11082
2920 친애란 무엇일까요? 바람의종 2007.10.24 11023
2919 권력의 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1022
2918 초점거리 윤안젤로 2013.03.27 11008
2917 「개는 어떻게 웃을까」(시인 김기택) 바람의종 2009.05.28 10997
2916 '할 수 있다' 윤안젤로 2013.06.15 10944
2915 그냥 서 있는 것도 힘들 때 風文 2014.11.12 10927
2914 밤새 부르는 사랑 노래 윤안젤로 2013.05.27 10910
2913 감춤과 은둔 風文 2015.08.20 10867
2912 저녁의 황사 - 도종환 (134) 바람의종 2009.03.01 10831
2911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사람들 風文 2014.11.12 1077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