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912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 가톨릭 신부가 있었다. 그는 신에 대한 헌신이 깊었으며 아름다운 기도를 하기로 이름이 났다. 어느날 밤 그가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를 드리는데 바깥에서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여름날 논과 습지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마치 합창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 개구리들 때문에 정신이 산란해져서 기도를 드릴 수 없게 된 신부는 화가 나서 창밖을 향해 소리쳤다.

"조용히 해, 개구리들아! 내가 지금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단말야!" 신부는 오랫동안 수행을 쌓았고 영적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명령을 듣자 개구리들이 당장에 울음을 그쳤다. 또한 다른 벌레들도 겁을 먹고 소리를 죽였다. 주위가 고요해지고 신부는 다시금 한껏 경건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마음안에 어떤 눈부신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바로 신이었다.

신부는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여 신이 자기에게 나타난 것에 대해 황홀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 신이 신부에게 말했다. "불쌍한 신부여, 나는 조금전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이 나에게 드리는 기도를 듣고 있었다. 모처럼 개구리들의 순수한 기도에 귀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너의 욕망과 바람을 나열하는 그 순수하지 못한 주문으로 내 귀를 어지럽히기 위해서 개구리들을 침묵하게 했다." 신부는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눈을 뜨고 창밖을 향해 나지막히 말했다.

"개구리들아, 다시 울어라." 그러자 개구리들은 다시금 한여름밤의 별빛 아래서 목청껏 '신에의 기도'를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신부는 그 개구리들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이 우주의 알 수 없는 조화를 느끼게 되고 생애 최초로 그는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류시화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571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5182
2985 속상한 날 먹는 메뉴 風文 2024.02.17 644
2984 엄마가 먼저 보여줄게 風文 2024.03.26 646
2983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3. 마음 風文 2021.09.04 647
2982 길가 돌멩이의 '기분' 風文 2021.10.30 649
2981 분노와 원망 風文 2022.12.27 650
2980 삶의 모든 것은 글의 재료 風文 2023.03.04 650
2979 다시 태어나는 날 風文 2024.01.02 653
2978 57. 일, 숭배 風文 2021.10.30 654
2977 삶의 조각 風文 2019.08.28 656
2976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 風文 2021.09.05 656
2975 새로운 도약 風文 2023.01.02 656
2974 사랑하게 된 후... 風文 2019.08.14 658
2973 얼굴의 주름, 지혜의 주름 風文 2023.05.28 658
2972 육체적인 회복 風文 2021.09.02 662
2971 가장 쉬운 불면증 치유법 風文 2023.12.05 662
2970 내가 원하는 삶 風文 2021.09.02 665
2969 어머니의 기도와 노동 風文 2024.02.08 666
2968 59. 큰 웃음 風文 2021.11.05 677
2967 가만히 안아줍니다 風文 2021.10.09 678
2966 101가지 소원 목록을 만들어라 - 바바라 드 안젤리스 風文 2022.09.04 678
2965 빨래를 보면 다 보인다 風文 2021.09.02 679
2964 내 몸과 벗이 되는 법 風文 2024.03.29 679
2963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9.1. 오르페우 風文 2023.11.21 680
2962 귓속말 風文 2024.01.09 681
2961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느끼며 風文 2023.04.18 68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