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19 18:01

젊은 날의 초상 中

조회 수 8178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입 초기의 군중심리와도 흡사한 열정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나는 차츰 모든 것이 허망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곳에서 무슨 천부의 권리처럼, 혹은 자명한 진리처럼 떠들었던 것들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받은 오랜 국민형성교육의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것들은 초등학교의 <사회생활>과 중등학교의 <공민(公民)> 및 <일반사회>에서 주입된 지식과 몇 권의 번역서에서 얻은 지식의 단편이 집적된 것일 뿐, 태어날 때부터 하늘에서 부여받은 권리도 동쪽에서 해가 뜬다는 것과 같은 자명(自明)의 진리도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우리들의 신념체계 일반에 대한 추상적인 회의였지만, 이내 당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의심으로 발전해 갔다. 천번만번 내가 믿고 있는 일이 옳다고 다짐해도, 또 우리의 지혜가 성숙하고 사색이 깊어지면 반드시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것을 애써 스스로에게 설득해도, 우선 쓰라리고 서글픈 것은 그것을 향한 내 열정 속에 감추어진 충동적이고 부화적(府和的)인 요소였다.

-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626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5703
2610 황홀한 끌림 바람의종 2009.03.23 7516
2609 당신이 희망입니다 바람의종 2009.03.23 4747
2608 점심시간에는 산책을 나가라 바람의종 2009.03.23 7103
2607 꽃소식 - 도종환 (145) 바람의종 2009.03.23 6346
2606 고맙고 대견한 꽃 - 도종환 (146) 바람의종 2009.03.23 7066
2605 2도 변화 바람의종 2009.03.24 7434
2604 사람이 항상 고상할 필요는 없다 바람의종 2009.03.25 5609
2603 들은 꽃을 자라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 도종환 (147) 바람의종 2009.03.26 5229
2602 사랑하다 헤어질 때 바람의종 2009.03.26 5579
2601 자기 비하 바람의종 2009.03.27 6644
2600 모과꽃 - 도종환 (148 - 끝.) 바람의종 2009.03.29 6852
2599 내 서른살은 어디로 갔나 바람의종 2009.03.29 6111
2598 생각의 산파 바람의종 2009.03.30 5841
2597 몸이 아프면 바람의종 2009.03.31 5703
2596 "'거룩한' 바보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바람의종 2009.03.31 11221
2595 네 안의 거인을 깨워라 바람의종 2009.04.03 7011
2594 아름다운 욕심 바람의종 2009.04.03 4908
2593 엄마의 일생 바람의종 2009.04.03 4921
2592 "영원히 변하지 않는 영혼은 있는가?" 바람의종 2009.04.03 8649
2591 불타는 열정 바람의종 2009.04.09 4840
2590 나를 돕는 친구 바람의종 2009.04.09 7109
2589 내면의 어른 바람의종 2009.04.09 5952
2588 계란말이 도시락 반찬 바람의종 2009.04.09 6902
2587 젊음의 특권 바람의종 2009.04.13 8639
2586 손을 놓아줘라 바람의종 2009.04.13 575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