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19 18:01

젊은 날의 초상 中

조회 수 8107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입 초기의 군중심리와도 흡사한 열정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나는 차츰 모든 것이 허망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곳에서 무슨 천부의 권리처럼, 혹은 자명한 진리처럼 떠들었던 것들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받은 오랜 국민형성교육의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것들은 초등학교의 <사회생활>과 중등학교의 <공민(公民)> 및 <일반사회>에서 주입된 지식과 몇 권의 번역서에서 얻은 지식의 단편이 집적된 것일 뿐, 태어날 때부터 하늘에서 부여받은 권리도 동쪽에서 해가 뜬다는 것과 같은 자명(自明)의 진리도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우리들의 신념체계 일반에 대한 추상적인 회의였지만, 이내 당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의심으로 발전해 갔다. 천번만번 내가 믿고 있는 일이 옳다고 다짐해도, 또 우리의 지혜가 성숙하고 사색이 깊어지면 반드시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것을 애써 스스로에게 설득해도, 우선 쓰라리고 서글픈 것은 그것을 향한 내 열정 속에 감추어진 충동적이고 부화적(府和的)인 요소였다.

-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2722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125
85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 바람의종 2008.04.02 8789
84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442
83 오늘을 위한 아침 5분의 명상 바람의종 2008.03.20 8635
82 현실과 이상의 충돌 바람의종 2008.03.16 9773
81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바람의종 2008.03.15 6704
80 고백할게 바람의종 2008.03.14 8839
79 세상을 사는 두 가지의 삶 바람의종 2008.03.14 7610
78 대학생의 독서 바람의종 2008.03.13 7059
77 무관심 바람의종 2008.03.12 8200
76 스탈린은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아니였다!! 바람의종 2008.03.12 7282
75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바람의종 2008.03.11 9823
74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바람의종 2008.03.10 9156
73 '나는 내가 바꾼다'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8 8202
72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7 7466
71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자 바람의종 2008.03.06 8920
70 새처럼 연약한 것 바람의종 2008.03.06 5669
69 사람, 생명의 노래 바람의종 2008.03.04 6548
68 사랑 바람의종 2008.03.04 6575
67 '사랑 할 땐 별이 되고'중에서... <이해인> 바람의종 2008.03.01 7403
66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 바람의종 2008.02.29 11177
65 엄창석,<색칠하는 여자> 바람의종 2008.02.28 11327
64 박상우 <말무리반도> 바람의종 2008.02.27 9958
63 죽음에 대한 불안 두 가지. 바람의종 2008.02.25 6964
62 나의 아버지는 내가... 바람의종 2008.02.24 7287
61 <죽은 시인의 사회> 中 바람의종 2008.02.23 856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