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8 01:05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 사실은 의사 지망생이었다?
조회 수 11198 추천 수 14 댓글 0
“나는 누구든 안락한 환경에 있었던 사람이 갑자기 그 반대의 생활로 떨어져 버렸다면, 그 떨어지는 과정에서 세상 사람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서』)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 ‘중국의 기상나팔’로 불리는 루쉰은 1881년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나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고 아버지가 병환을 얻으면서 집안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루쉰은 아버지의 약을 구하기 위해 약방으로, 돈을 구하기 위해 전당포로 뛰어다니게 되었는데 약방 계산대와 전당포의 계산대는 어린 루쉰이 느끼는 세상의 벽만큼이나 높은 것이었다. “약방 계산대는 내 키만큼 높았고, 전당포의 계산대는 내 키의 갑절이나 되었다” (『자서』) 약방 계산대는 어린 루쉰에게도 익숙했던 현학적인 전통의 세계였기에 루쉰의 눈높이를 뛰어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당포의 계산대는 어린 루쉰에게 화폐의 소중함, 그리고 더러움을 동시에 알게 해준 곳이므로 심리적으로 훨씬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것이 루쉰이 느꼈던 세상의 두 가지 벽이다. 또한 이것은 전통적인 낡은 시대의 유물(약방), 그리고 자본주의적 질서인 서구의 문명(전당포) 사이의 긴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루쉰은 성인이 되어 이 두 가지 것에 맞서 처절하게 싸우게 된다. 성장한 루쉰은 양학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의학을 통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겠다는 결심으로, ‘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곳에서 인생의 길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바로 ‘환등기 사건’이었다. 수업시간에 환등기로 뉴스필름을 보여주었는데 어떤 중국인이 군사재판을 받고 있고 그 주위에 다른 중국인들이 둘러서 있는 장면이었다. 그 중국인은 곧 일본인에 의해 총살되었고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중국인들을 욕하고 있었다. 루쉰은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수련하는 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고 환호할 수 있는가?’ 라는 분노와 함께 자기 동족이 죽는 것을 둘러서서 가만히 보고 있는 중국의 무지몽매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자신도 무지한 중국인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의술을 통해 몸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의 낙후된 정신을 각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사의 길을 포기한 채 비로소 문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하여 허구를 비판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작품들로 10억 중국인을 깨어나게 한 ‘중국의 기상나팔’ 루쉰이 탄생한 것이다.
|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1437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0914 |
2552 | 부모가 되는 것 | 바람의종 | 2009.05.08 | 4549 |
2551 | 산이 부른다 | 바람의종 | 2009.05.12 | 5651 |
2550 | 마음껏 꿈꿔라 | 바람의종 | 2009.05.12 | 5771 |
2549 | 「긴장되고 웃음이 있고 재미있으며 좀 가려운」(소설가 성석제) | 바람의종 | 2009.05.12 | 7817 |
2548 | '남자다워야 한다' | 바람의종 | 2009.05.12 | 5467 |
2547 | 길 위에서 | 바람의종 | 2009.05.15 | 6040 |
2546 | 행복한 하루 | 바람의종 | 2009.05.15 | 6395 |
2545 | 놓아주기 | 바람의종 | 2009.05.15 | 5384 |
2544 | 「웃는 동물이 오래 산다」(시인 신달자) | 바람의종 | 2009.05.15 | 7731 |
2543 | 「바람에 날리는 남자의 마음」(소설가 성석제) | 바람의종 | 2009.05.15 | 9337 |
2542 | 「첫날밤인데 우리 손잡고 잡시다」(시인 유안진) | 바람의종 | 2009.05.17 | 8761 |
2541 | 왜 여행을 떠나는가 | 바람의종 | 2009.05.18 | 6460 |
2540 | '두번째 일' | 바람의종 | 2009.05.20 | 5707 |
2539 | 「진한 눈물의 감동 속에도 웃음이 있다 」(시인 신달자) | 바람의종 | 2009.05.20 | 7925 |
2538 | 「이런 웃음을 웃고 싶다」(시인 김기택) | 바람의종 | 2009.05.20 | 8073 |
2537 | 남모르게 흘린 땀과 눈물 | 바람의종 | 2009.05.20 | 4782 |
2536 | 「그 부자(父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 바람의종 | 2009.05.20 | 8146 |
2535 | 상사병(上司病) | 바람의종 | 2009.05.21 | 6760 |
2534 | 역사적 순간 | 바람의종 | 2009.05.24 | 6072 |
2533 | 「칠번출구」(시인 정끝별) 2009년 5월 21일_열여덟번째 | 바람의종 | 2009.05.24 | 7768 |
2532 | 「출근」(시인 김기택) 2009년 5월 22일_열아홉번째 | 바람의종 | 2009.05.24 | 8098 |
2531 | 말 한마디와 천냥 빚 | 바람의종 | 2009.05.24 | 6143 |
2530 | 얼룩말 | 바람의종 | 2009.05.25 | 6523 |
2529 | 「할머니가 다녀가셨다!」(시인 정끝별) 2009년 5월 25일_스무번째 | 바람의종 | 2009.05.25 | 6919 |
2528 | 임금의 어깨가 더욱 흔들렸다 | 바람의종 | 2009.05.26 | 63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