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5258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소 닭 보듯 한다'는 말이 있듯, 우리는 눈에 익숙한 사물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무의식중에 지나쳐버리고 마는 '죽은' 사물들. 예술에서는 이렇게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죽은 사물을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낯설게 하기’ 방식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낯설게 하기’는 주위의 사물을 기괴한 형상으로 재창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또 다른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는 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죽은’사물을 살려내려 시도했다.


마그리트는 ‘낯설게 하기’의 소재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사물들을 사용했다. 난로, 나무, 사과, 유리잔 등 우리가 흔히 보는 일상적 사물들을 낯설게 함으로써 그는 특유의 초현실주의적 효과를 얻어낸다.

옆의 그림은 마그리트의 ‘낯설게 하기’를 표현하는 ‘고립’의 방법이다. ‘고립’이란 어떠한 사물을 원래 있던 환경에서 떼어내 엉뚱한 곳에 갖다놓는 걸 말한다. 그림을 보라. 평범한 하늘이 보이는 방과 물고기 한 마리.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낯선 사물이 없지만 천장을 향해 서있는 물고기 한 마리에서 오묘하고 신기한 분위기가 풍겨 나온다.


원목재가 깔려있고 빛이 잘 드는 방 한 칸과 커다란 풋사과가 있다. 역시 눈에 익지 않은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빛을 잘 받은 푸릇한 사과가 묘한 위압감을 풍긴다. 이 방법은 ‘크기의 변화’다. 이처럼 사물의 크기만 바꾸어 놓아도 이렇게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그리트는 유사의 방식을 취하지만 유사를 거부하면서 상사를 지향한다. 그의 작품에 ‘닮음’이 있다면 시뮬라크르들 사이의 닮음일 뿐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시뮬라크르 놀이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이 은폐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06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369
27 샹젤리제 왕국 風文 2023.12.20 333
26 백합의 꽃말 風文 2024.01.06 331
25 거룩한 나무 風文 2021.09.04 329
24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7. 희망 風文 2021.09.10 329
23 여행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風文 2024.03.29 310
22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風文 2024.03.26 306
21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8. 도전 風文 2021.09.13 305
20 태양 아래 앉아보라 風文 2024.03.27 304
19 엄마가 먼저 보여줄게 風文 2024.03.26 303
18 속상한 날 먹는 메뉴 風文 2024.02.17 301
17 문신을 하기 전에 風文 2024.02.24 300
16 누가 나를 화나게 하는가? 風文 2024.03.27 297
15 생각은 아침에 風文 2024.02.17 293
14 더 평온한 세상 風文 2024.03.26 283
13 마음이 편안해질 때까지 風文 2024.03.29 265
12 내 몸과 벗이 되는 법 風文 2024.03.29 265
11 땅바닥을 기고 있는가, 창공을 날고 있는가? 風文 2024.03.29 260
10 영혼과 영혼의 교류 風文 2024.02.24 254
9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건강해지고 싶은가? 風文 2024.03.26 250
8 배꼽은 늘 웃고 있다 風文 2024.05.08 51
7 머리를 쥐어짜며 버텨본다 風文 2024.05.10 49
6 위대하고 보편적인 지성 風文 2024.05.08 41
5 가장 놀라운 기적 風文 2024.05.10 40
4 무소의 뿔처럼 風文 2024.05.08 39
3 밤하늘의 별 風文 2024.05.08 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