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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닭 보듯 한다'는 말이 있듯, 우리는 눈에 익숙한 사물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무의식중에 지나쳐버리고 마는 '죽은' 사물들. 예술에서는 이렇게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죽은 사물을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낯설게 하기’ 방식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낯설게 하기’는 주위의 사물을 기괴한 형상으로 재창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또 다른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는 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죽은’사물을 살려내려 시도했다.


마그리트는 ‘낯설게 하기’의 소재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사물들을 사용했다. 난로, 나무, 사과, 유리잔 등 우리가 흔히 보는 일상적 사물들을 낯설게 함으로써 그는 특유의 초현실주의적 효과를 얻어낸다.

옆의 그림은 마그리트의 ‘낯설게 하기’를 표현하는 ‘고립’의 방법이다. ‘고립’이란 어떠한 사물을 원래 있던 환경에서 떼어내 엉뚱한 곳에 갖다놓는 걸 말한다. 그림을 보라. 평범한 하늘이 보이는 방과 물고기 한 마리.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낯선 사물이 없지만 천장을 향해 서있는 물고기 한 마리에서 오묘하고 신기한 분위기가 풍겨 나온다.


원목재가 깔려있고 빛이 잘 드는 방 한 칸과 커다란 풋사과가 있다. 역시 눈에 익지 않은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빛을 잘 받은 푸릇한 사과가 묘한 위압감을 풍긴다. 이 방법은 ‘크기의 변화’다. 이처럼 사물의 크기만 바꾸어 놓아도 이렇게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그리트는 유사의 방식을 취하지만 유사를 거부하면서 상사를 지향한다. 그의 작품에 ‘닮음’이 있다면 시뮬라크르들 사이의 닮음일 뿐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시뮬라크르 놀이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이 은폐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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