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뢰침 연가
송태한
구름 모퉁이 뒤에서
목 고르는 소리만 들어도
당신이 날 찾고 있다는 것을
앞서 짐작하죠
층층 바람길 허공을 가로질러
당신이 구름계단 성큼 밟으며
수백 리 외진 땅 언저리에서
검게 그은 날 찾아다닐 때
남몰래 가슴은 우레질하죠
온몸이 흠뻑 젖도록 감동 주고
머리칼부터 발끝까지 저리도록
불현듯 다가와 감전시킬
전율 같은 당신의 사랑
낯설고 아무도 우릴 못 알아봐도
꿈꾸듯 볼을 어루만지며
빗방울이 내 몸을 깨우면
굴뚝 위에 곧추앉아 손을 꼽다가
어느덧 까치발 딛고 어둠 속으로
불 켜고 다가올 당신을
내가 되찾고 있죠
-시집 『퍼즐 맞추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