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박해영
이럴 줄 몰랐다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쬐금 오다 말거니 했다
어느 누구도 이번 눈도 저번 눈처럼
가벼이 지나갈 것이라고 보장한 적이 없는데도
멋진 산수화 잠시 보여주고
거짓말처럼 녹아버릴 줄 알았다
아침부터 내린 눈이 종일 내리고
한 밤을 자고 난 아침에도 쏟아지는 것을 보고서야
하산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틀을 꼬박 쉬지 않고 내린 눈이
혹한 속에서 얼어붙어
내게서 네게로 가는 모든 통로가 막힌 지금
그대를 향한 그리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내가 가고 싶을 땐 언제나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무도 그렇게 말해준 적이 없는데도
그대에게로 가는 길은 항상 열려있는 줄 알았다
온 하늘에 지천으로 쏟아지는 눈송이 하염없는데
뚜뚜 때늦은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 | 배추의 겨울 | 사랑누리 | 2018.03.22 | 4596 |
12 | 도마 | 사랑누리 | 2018.03.22 | 4300 |
11 | 까치네 | 사랑누리 | 2018.03.22 | 4621 |
10 | 화투 이야기 | 사랑누리 | 2018.03.22 | 4661 |
» | 대설주의보 | 사랑누리 | 2018.03.22 | 4449 |
8 | 깡패 | 사랑누리 | 2018.03.23 | 5239 |
7 | 집으로 가는 길 2 | 사랑누리 | 2018.03.27 | 4847 |
6 | 봄 | 사랑누리 | 2018.03.27 | 3856 |
5 | 10센티 | 사랑누리 | 2018.03.27 | 3820 |
4 | 앞날 2 | 한석주 | 2019.05.30 | 2485 |
3 | 적반하장 | 한석주 | 2019.06.01 | 2435 |
2 | 어느 여름 | 한석주 | 2019.08.24 | 3008 |
1 | 숨 1 | 쏘옹 | 2020.10.19 | 2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