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9 16:52

‘~스런’

조회 수 12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스런’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다 ‘의심스런’이라는 방송 자막을 접했다. 용언 어간 ‘의심스럽-’에 어미 ‘-은’이 결합할 때에는 ‘의심스럽-’의 말음 ‘ㅂ’이 ‘우’로 바뀌기 때문에 ‘의심스러운’으로 써야 한다. 그럼에도 일반 사람들은 ‘의심스러운’ 대신 ‘의심스런’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우리말에서 ‘ㅂ’으로 끝나는 용언은 ‘잡-’(잡다·잡은·잡으니)처럼 어떤 부류의 어미와 결합하든 늘 어간의 말음 ‘ㅂ’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있고, ‘덥다’(덥다·더워·더우니)처럼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는 어간의 말음 ‘ㅂ’을 그대로 유지하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는 ‘ㅂ’이 다른 소리로 바뀌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ㅂ 규칙 용언’이라 하고 후자를 ‘ㅂ 불규칙 용언’이라 한다. ‘의심스럽-’은 ‘ㅂ 불규칙 용언’에 속한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부터 일상 구어(입말)에서는 ‘의심스럽-’처럼 ‘-스럽-’이 결합되어 파생된 형용사에 어미 ‘-은’을 결합할 때 ‘~스러운’ 대신 ‘~스런’을 써 왔다. ‘의심스런’, ‘자랑스런’, ‘장난스런’ 등이 모두 그렇다. 간결성을 추구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듯하다. 그렇지만 ‘가렵-’, ‘정답-’ 등의 다른 ‘ㅂ 불규칙 용언’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가려운’, ‘정다운’ 대신 ‘가련’, ‘정단’ 등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스러운’ 대신 ‘~스런’으로 쓰는 것은 잘못되거나 아주 예외적인 것이다.

과거의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도 ‘자랑스런’이 버젓이 쓰였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개정된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처럼 ‘자랑스런’을 ‘자랑스러운’으로 수정하였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37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85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835
26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833
25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817
24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815
23 또 다른 이름 風文 2021.09.05 812
22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811
21 어버이들 風文 2021.10.10 788
20 아무 - 누구 風文 2020.05.05 775
19 상투적인 반성 風文 2021.10.10 754
18 언어적 주도력 風文 2021.09.13 743
17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731
16 법률과 애국 風文 2021.09.10 703
15 정치인들의 말 風文 2021.10.08 698
14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697
13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690
12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685
11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684
10 말의 권모술수 風文 2021.10.13 637
9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633
8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553
7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504
6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風文 2024.05.10 484
5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風文 2024.05.10 43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