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과 ‘몇 일’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라고 할 때 ‘며칠’ 대신 ‘몇 일’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며칠’이 맞는 표기라고 하면 ‘몇 년’이나 ‘몇 월’처럼 ‘몇’에 ‘일’이 결합한 것이니 ‘몇 일’로 적는 게 옳지 않겠느냐고 되묻곤 한다.

그러나 ‘며칠’은 ‘몇’에 ‘일’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이 말의 발음이 ‘며딜’이 아니라 ‘며칠’이기 때문이다. ‘몇 월’, ‘몇 억’ 등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며춸, 며척’이 아니라 ‘며둴, 며덕’으로 발음된다.

우리말에서는 종성에 ‘ㅅ, ㅈ, ㅊ, ㅌ’ 등의 소리가 날 수 없어 대표음인 ‘ㄷ’으로 중화되는 현상이 있다. 이에 따라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명사가 오면, 받침의 ‘ㅊ’이 ‘ㄷ’으로 소리가 변한 뒤 이 ‘ㄷ’이 다음 음절의 첫 소리로 연음되어 ‘며둴’, ‘며덕’으로 소리가 나게 된다. 이는 ‘옷+안’, ‘낱+알’과 같은 말이 ‘오산’, ‘나탈’이 아니라 ‘오단’, ‘나달’로 소리 나는 것과 같은 음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것은 ‘몇’에 ‘을’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로 추측한다. ‘을’은 ‘일(日)’을 뜻하는 고유어인데, ‘사흘, 나흘, 열흘’ 같은 말에 남아 있다. ‘몇’에 ‘을’이 결합하여 ‘며츨’이 되었다가 모음 ‘으’가 ‘이’로 바뀌어 ‘며칠’이 된 것이다. 실제로 옛 문헌에 ‘며츨, 몃츨’ 같은 표기가 있어 이런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며칠’은 ‘그 달의 몇 째 되는 날’과 ‘몇 날 (동안)’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두 의미를 구분하여 ‘몇 일’과 ‘며칠’로 구분해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두 경우 모두 ‘며칠’로 소리 나므로 둘 다 ‘며칠’로 적는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1585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8092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3044
    read more
  4. “영수증 받으실게요”

    Date2024.01.16 By風文 Views1586
    Read More
  5. ‘도와센터’ ‘몰던카’

    Date2024.01.16 By風文 Views1635
    Read More
  6.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Date2024.01.09 By風文 Views1693
    Read More
  7. 헷갈리는 맞춤법

    Date2024.01.09 By風文 Views1746
    Read More
  8.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Date2024.01.06 By風文 Views1342
    Read More
  9. 북한의 ‘한글날’

    Date2024.01.06 By風文 Views1357
    Read More
  10.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Date2024.01.04 By風文 Views1289
    Read More
  11. ‘폭팔’과 ‘망말’

    Date2024.01.04 By風文 Views1349
    Read More
  12. 있다가, 이따가

    Date2024.01.03 By風文 Views1308
    Read More
  13. 내일러

    Date2024.01.03 By風文 Views1199
    Read More
  14. 아주버님, 처남댁

    Date2024.01.02 By風文 Views1210
    Read More
  15. 한 두름, 한 손

    Date2024.01.02 By風文 Views1236
    Read More
  16. ‘이고세’와 ‘푸르지오’

    Date2023.12.30 By風文 Views1317
    Read More
  17.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Date2023.12.30 By風文 Views1167
    Read More
  18. 뒤치다꺼리

    Date2023.12.29 By風文 Views1281
    Read More
  19. ‘~스런’

    Date2023.12.29 By風文 Views1363
    Read More
  20. ‘며칠’과 ‘몇 일’

    Date2023.12.28 By風文 Views1274
    Read More
  21. 한소끔과 한 움큼

    Date2023.12.28 By風文 Views1366
    Read More
  22. '-시키다’

    Date2023.12.22 By風文 Views1231
    Read More
  23. 여보세요?

    Date2023.12.22 By風文 Views1075
    Read More
  24. 장녀, 외딸, 고명딸

    Date2023.12.21 By風文 Views1196
    Read More
  25. 어떤 반성문

    Date2023.12.20 By風文 Views110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