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7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과 ‘몇 일’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라고 할 때 ‘며칠’ 대신 ‘몇 일’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며칠’이 맞는 표기라고 하면 ‘몇 년’이나 ‘몇 월’처럼 ‘몇’에 ‘일’이 결합한 것이니 ‘몇 일’로 적는 게 옳지 않겠느냐고 되묻곤 한다.

그러나 ‘며칠’은 ‘몇’에 ‘일’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이 말의 발음이 ‘며딜’이 아니라 ‘며칠’이기 때문이다. ‘몇 월’, ‘몇 억’ 등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며춸, 며척’이 아니라 ‘며둴, 며덕’으로 발음된다.

우리말에서는 종성에 ‘ㅅ, ㅈ, ㅊ, ㅌ’ 등의 소리가 날 수 없어 대표음인 ‘ㄷ’으로 중화되는 현상이 있다. 이에 따라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명사가 오면, 받침의 ‘ㅊ’이 ‘ㄷ’으로 소리가 변한 뒤 이 ‘ㄷ’이 다음 음절의 첫 소리로 연음되어 ‘며둴’, ‘며덕’으로 소리가 나게 된다. 이는 ‘옷+안’, ‘낱+알’과 같은 말이 ‘오산’, ‘나탈’이 아니라 ‘오단’, ‘나달’로 소리 나는 것과 같은 음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것은 ‘몇’에 ‘을’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로 추측한다. ‘을’은 ‘일(日)’을 뜻하는 고유어인데, ‘사흘, 나흘, 열흘’ 같은 말에 남아 있다. ‘몇’에 ‘을’이 결합하여 ‘며츨’이 되었다가 모음 ‘으’가 ‘이’로 바뀌어 ‘며칠’이 된 것이다. 실제로 옛 문헌에 ‘며츨, 몃츨’ 같은 표기가 있어 이런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며칠’은 ‘그 달의 몇 째 되는 날’과 ‘몇 날 (동안)’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두 의미를 구분하여 ‘몇 일’과 ‘며칠’로 구분해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두 경우 모두 ‘며칠’로 소리 나므로 둘 다 ‘며칠’로 적는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02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76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424
3414 ‘강한 바람’만인가? 바람의종 2007.10.27 7423
3413 사전과 방언 바람의종 2007.10.28 6268
3412 새말과 사전 바람의종 2007.10.31 6442
3411 사라져가는 언어(2) 바람의종 2007.10.31 7483
3410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바람의종 2007.10.31 8355
3409 소설속 고장말 바람의종 2007.11.01 9571
3408 댓글 바람의종 2007.11.01 5682
3407 만주말 바람의종 2007.11.02 7317
3406 미혼남·미혼녀 바람의종 2007.11.02 10109
3405 쉽게 찾기 바람의종 2007.11.03 6711
3404 금과 줄 바람의종 2007.11.03 6089
3403 여성상과 새말 바람의종 2007.11.04 9213
3402 언어 보존 바람의종 2007.11.04 7355
3401 야단벼락/혼벼락 바람의종 2007.11.04 8485
3400 ‘뛰다’와 ‘달리다’ 바람의종 2007.11.05 5918
3399 지역 언어 바람의종 2007.11.05 7199
3398 낚시질 바람의종 2007.11.05 7345
3397 칼미크말 바람의종 2007.11.06 7645
3396 책보따리·책보퉁이 바람의종 2007.11.06 8755
3395 는개와 느리 바람의종 2007.11.07 10735
3394 복수 표준어 바람의종 2007.11.07 7345
3393 줄여 쓰는 말 바람의종 2007.11.07 110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