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6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 많은 거짓말쟁이 챗GPT, 침묵의 의미를 알까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에 육박할 수 있게 된 건 인간이 말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패턴의 발견. 패턴은 반복적 사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정한 양식이자 경향. 어떤 상황을 말로 표현한다고 해 보자. 딱 맞는 하나의 표현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한대로 열려 있는 것도 아니다. ‘밥’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떠올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문장은 패턴의 조합이다. 패턴은 유일과 무한대 사이에 난 오솔길.

자기 팔꿈치는 물지 못한다 했던가. 인간은 그 패턴이 무엇인지 소상히 알 수 없다. 말은 술술 하지만 그걸 보여 달라고 하면 난처해진다. 인공지능은 그걸 빠르게 발견한다. 이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지, 이 문서가 뭘 다루고 있는지를 안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처럼 그럴싸하게 말을 하게 되었다.

말을 뿜어내도록 만들어진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는 다변증과 허언증을 동시에 앓고 산다. 말 많은 거짓말쟁이. 끝없이 지껄이고, 수시로 거짓말을 한다. 대꾸하지 말래도 기어코 대답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쏘삭이는 인공지능을 다들 기특하고 대견해 한다. 아이야, 너는 어찌 그리 말을 잘하니?

인공지능이 유일하게 못 하는 것은 침묵. 이제 인간에게 남은 거라곤 패턴을 거역할 자유와 입을 닫을 자유 정도밖에 없는가. 인간만이 기성화되고 제도화된 패턴을 벗어나는 시도를 감행한다. 인간만이 할 말을 참고 침묵할 수 있다. 상황과 상대를 살피며 망설이고 뜸을 들일 수도 있다. 나처럼 입만 살아 있는 자는 성능 나쁜 인공지능에 가깝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22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73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731
3128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495
3127 방방곡곡 / 명량 風文 2020.06.04 1495
3126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495
3125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497
3124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風文 2022.08.02 1498
3123 단골 風文 2023.05.22 1499
3122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500
3121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500
3120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500
3119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503
3118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504
3117 너무 風文 2023.04.24 1504
3116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505
3115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風文 2024.02.17 1507
3114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508
3113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509
3112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511
3111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511
3110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511
3109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1515
3108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516
3107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52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