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4.25 09:21

개양귀비

조회 수 14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양귀비

요즘 강변이나 공원에 나가보면 선홍빛으로 무리지어 핀 양귀비꽃을 쉽게 만난다. 절세미인 양귀비의 이름을 딴 꽃이라서 인지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그런데 이 꽃의 정확한 이름은 양귀비가 아니라 개양귀비다. 양귀비는 열매가 아편의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재배가 금지되어 있다.

우리말에는 개양귀비뿐 아니라 개나리, 개살구, 개연꽃 등 이름에 ‘개’가 붙어있는 식물이 많다. 접두사 ‘개’가 꽃이나 열매 이름에 붙을 때는 야생이거나, 짝이 되는 본래의 식물보다 질이 떨어지거나, 혹은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라는 뜻이다. 개나리는 들에 저절로 피어나는 나리를 가리킨다. 개연꽃은 연꽃만큼 탐스러운 꽃을 피우지 못해서, 개살구는 새콤달콤한 살구와 달리 시고 떫은 맛이 나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오죽하면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다 있을까.

어쨌거나 이름에 ‘개’가 들어가면 보잘것없거나 변변치 못하단 뜻이다. 개양귀비는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됐을까? 양귀비만큼 예쁘지가 않아서? 꽃의 크기나 모양에서 둘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개양귀비가 색깔이 더 곱고 아담해서 집 주변에 심어두고 보기엔 더 낫다. 다만 옛 사람들은 약재로서의 효능 때문에 양귀비를 소중히 여겼다. 약이 귀했던 시절에는 열매뿐 아니라 줄기까지도 복통 치료제로 요긴하게 쓰였다. 그에 비하면 개양귀비는 별 쓸모가 없으니 ‘개’가 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엔 양귀비 덕을 볼 일이 거의 없다. 금지 작물보다는 오히려 가까이에서 아름다운 꽃을 보게 해주는 개양귀비가 훨씬 소중하다. 그래선지 요즘엔 개양귀비 대신 꽃양귀비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같은 사물이라도 관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34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83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802
3348 죄다, 죄여, 조이다, 조여 바람의종 2010.06.20 19426
3347 게거품 風磬 2006.09.14 19395
3346 배부, 배포 바람의종 2012.03.05 19263
3345 볼장 다보다 바람의종 2008.01.13 19238
3344 널브러지다, 널부러지다, 너부러지다 바람의종 2010.06.16 19227
3343 알콩달콩, 오순도순, 아기자기, 오밀조밀 바람의종 2009.03.08 19211
3342 폭탄주! 말지 말자. 바람의종 2012.12.17 19105
3341 학을 떼다, 염병, 지랄 바람의종 2010.02.09 19066
3340 빌려 오다, 빌려 주다, 꾸다, 뀌다 바람의종 2010.07.25 18940
3339 수입산? 외국산? 바람의종 2012.12.03 18920
3338 초생달 / 초승달, 으슥하다 / 이슥하다, 비로소 / 비로서 바람의종 2011.11.15 18770
3337 주접떨다, 주접든다 바람의종 2009.03.23 18753
3336 야단법석, 난리 법석, 요란 법석 바람의종 2012.06.11 18706
3335 차후, 추후 바람의종 2012.06.15 18565
3334 황제 바람의종 2012.11.02 18538
3333 박물관은 살아있다 바람의종 2012.11.30 18465
3332 "드리다"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01 18412
3331 환갑 바람의종 2007.10.06 18264
3330 하모, 갯장어, 꼼장어, 아나고, 붕장어 바람의종 2010.07.19 18125
3329 담배 한 까치, 한 개비, 한 개피 바람의종 2010.10.16 18026
3328 육시랄 놈 바람의종 2008.02.29 18012
3327 등용문 바람의종 2013.01.15 180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