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11.14 13:56

표피

조회 수 77722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표피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의 날씨를 보고 조상들은 그해 겨울 추위를 예상했다고 한다. ‘입동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바람이 심하게 분다’며 제주 사람들이 점치는 것처럼 입동이 추우면 그해 겨울이 추울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입동은 춥지 않았으니 겨울 한파가 들이닥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상청 예보도 올겨울에 큰 추위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동은 겨울나기 준비를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겨우내 먹을 김장을 담그고 옷장에서 겨울옷을 꺼내 손질할 시기인 것이다. 백화점을 비롯한 의류매장에는 지난달부터 겨울옷이 걸리기 시작했으니 유행을 따르는 새옷 장만은 이미 시작되었다. 겨울옷 소재로 빠지지 않는 게 가죽이다. 옷 만들 때 쓰는 가죽은 무두질을 한 것이다. 무두질한 염소나 양의 부드러운 가죽은 섀미(chamois)이고, 새끼 양이나 새끼 소 따위의 가죽을 보드랍게 보풀린 가죽은 스웨이드이다.(표준국어대사전) ‘쎄무’나 ‘세무’가 아닌 것이다. 일본어 ‘레자’(レザ-)는 ‘인조가죽’으로 다듬어 쓰는 게 맞다. 일본어 찌꺼기는 ‘골덴’과 ‘가디간’, ‘비로도’에도 남아 있다. 누빈 것처럼 골이 지게 짠 옷감은 코듀로이나 코르덴이고, 앞자락이 트여 단추로 채우게 되어 있는 스웨터는 카디건이다. 크림전쟁 당시 이 옷을 즐겨 입은 영국의 카디건 백작 이름에서 유래한 바로 그 옷이다. 포르투갈어(Velodo)에서 온 말로 우단, 벨벳과 같은 뜻인 일본어 ‘비로도’(ビロ-ド)는 비로드로 써야 반듯한 외래어이다.

옷 태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무늬이다. ‘호피무늬로 포인트를 주면 멋진 겨울 스타일…’(ㅅ신문), ‘겨울에는 호피 패션…’(ㅍ경제신문)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는 ‘호피 무늬’가 유행이다. 과연 그럴까. 요즘 눈에 많이 띄는 무늬는 표범의 가죽 같은 점박이 무늬이니 줄무늬인 호랑이의 것이 아니다. 호피 무늬가 아닌 표피(豹皮) 무늬인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45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99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929
3216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318
3215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321
3214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322
3213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323
3212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324
3211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328
3210 이름 짓기, ‘쌔우다’ 風文 2022.10.24 1329
3209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330
3208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331
3207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331
3206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332
3205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332
3204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333
3203 ○○노조 風文 2022.12.26 1333
3202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335
3201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1337
3200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338
3199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339
3198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1341
3197 풀어쓰기, 오촌 아재 風文 2022.10.08 1344
3196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1344
3195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134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