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08 02:16

퍼주기

조회 수 6858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퍼주기

언어예절

“함지에 보리밥을 퍼 담고,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며, 채독에서 쌀을 한 보시기 퍼 동냥을 준다”처럼 활용하여 ‘퍼-’로 쓰는 말에 ‘푸다’가 있다. 이에 ‘주다’를 합치고 뒷가지 ‘기’를 붙여 ‘퍼주기’를 만들어 쓴다.

몇 해 이 말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2000년대 초부터 반북정서를 대변해, 햇볕·포용, 평화·번영 등 정부의 대북정책을 뭉뚱그려 비판하는 용어로 쓰였다. 말 자체가 주는 단순성과 적확성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을 꼬집고 무력화하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이 말을 부려쓰는 쪽에서는 애초 헤아림 같은 것은 버렸다.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원조를 구별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싸잡은 것이다. 남북 관계를 깊이 생각하고 배려하는 이의 ‘말씀’은 아니란 말이다.

이후 ‘퍼주기’의 쓰임은 선거, 외교·통상, 단체교섭 등으로 그 영역이 넓어진다. 선심 공약, 선심 정책, 조공 외교, 선물 외교 …에서 ‘퍼주기’가 그 앞말을 대신했다. 이는 고정된 말뜻으로 굳어지지 않고 살아 있는 말로서 여러 언어 환경에서 적응한다는 뜻이겠다.

나눔·베풂·선심·보시보다 떳떳하고 좋은 게 뭐가 있겠는가.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본디 대가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와는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상호주의’나 ‘주고받기’가 상대되는 말이 되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퍼주기’도 ‘주고받기’도 듣기가 어려워졌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055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03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956
3194 산전수전 바람의종 2007.07.19 8376
3193 삼우제 바람의종 2007.07.20 10726
3192 상극 바람의종 2007.07.20 6196
3191 선달 바람의종 2007.07.23 8594
3190 섭씨 바람의종 2007.07.23 7674
3189 성곽 바람의종 2007.07.24 6354
3188 소정 바람의종 2007.07.24 6306
3187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바람의종 2007.07.24 22422
3186 수청 바람의종 2007.07.27 8478
3185 숙맥 바람의종 2007.07.27 6562
3184 숙제 바람의종 2007.07.28 5034
3183 슬하 바람의종 2007.07.28 7014
3182 쌍벽 바람의종 2007.07.29 6262
3181 아녀자 바람의종 2007.07.29 9690
3180 아성 바람의종 2007.07.30 8548
3179 안양 바람의종 2007.07.30 7435
3178 알력 바람의종 2007.07.31 7114
3177 애로 바람의종 2007.07.31 6703
3176 야합 바람의종 2007.08.01 7524
3175 양반 바람의종 2007.08.01 7396
3174 양재기 바람의종 2007.08.02 11213
3173 어물전 바람의종 2007.08.02 729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