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30 04:23

방조하다

조회 수 7301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방조하다

“선장의 사업을 방조하며 배의 항행 보장을 맡아 수행하는 기술자격을 가진 일군.”(조선말대사전)

여기서 설명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항해사’다. “항해사가 선장의 사업을 방조한다”고 하면, ‘선장이 나쁜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방조(幇助)는 ‘도울 방’, ‘도울 조’이므로 ‘돕는다’는 뜻이지만, 남녘에서는 ‘나쁜 일을 돕는 상황’에 ‘방조하다’를 쓴다. 북녘에서는 부정적인 뜻 없이 한자 뜻 그대로 쓴다.

‘방조하다’에서 차이가 생긴 것은 남녘의 쓰임 변화 때문인데, 그 시기는 1950년대로 보인다. 50년에 나온 <큰사전>(한글학회) 풀이와 61년에 나온 <국어대사전>(민중서관)의 풀이에 차이가 난다. <국어대사전>에서는 ‘방조’를 ‘어떠한 일을 거들어서 도와줌. 흔히 나쁜 일의 뒤를 돕는 경우에 씀’이라고 풀이하였다. 이후 남녘의 각종 국어사전에서 ‘나쁜 일과 관련이 있다’는 풀이는 하지 않았지만, 그 예문에서 부정적인 쓰임을 보여주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긍정적인 쓰임이 없다고 보았다.

‘방조하다’가 부정적인 일에 쓰이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법률 영향으로 보인다. ‘남의 범죄 수행에 편의를 주는 모든 행위’(형법)란 뜻이 국어사전 풀이에 적용됨으로써 널리 쓰이게 되고, 낱말 쓰임이 바뀌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조’(傍助)는 ‘곁에서 도와줌’의 뜻이다. 북녘에서는 ‘방조’(傍助)를 쓰지 않는데, ‘방조’(幇助)가 본디 뜻을 유지하면서 이를 대신하는 것 같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90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39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437
3172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335
3171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338
3170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1339
3169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342
3168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346
3167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351
3166 사수 / 십이십이 風文 2020.05.17 1358
3165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358
3164 내 청춘에게? 風文 2024.02.17 1358
3163 혼성어 風文 2022.05.18 1360
3162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風文 2022.11.18 1360
3161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1363
3160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366
3159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368
315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369
3157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370
3156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370
3155 배레나룻 風文 2024.02.18 1370
3154 지슬 風文 2020.04.29 1373
3153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373
3152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375
3151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3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