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2.17 21:30

내 청춘에게?

조회 수 15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 청춘에게?

나는 매주 한 번 이상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그렇게 본 영화에는 독립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2006)도 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을 처음 접하자마자 아주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청춘에게’의 ‘에게’ 때문이다.

우리말에서 ‘에게’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다” “개에게 먹이를 주다” 등처럼 사람이나 동물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는 격 조사이다. “본부에 상황을 알리다” “나는 꽃에 물을 주었다” 등처럼 식물이나 무생물을 나타내는 체언 뒤에는 ‘에게’ 대신 ‘에’가 붙는다. 체언의 의미에 따라 ‘에게’와 ‘에’를 구분해 쓰는 것이다. 물론 동시나 동화에서 식물이나 무생물을 의인화한 경우 “나무에게 말하다”처럼 식물이나 무생물이라도 ‘에게’를 쓸 수 있다.

그런데 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에서 ‘청춘’은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로서 무생물이다. 무생물인 ‘청춘’을 의인화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청춘’ 뒤에는 ‘에게’가 아닌 ‘에’를 써야 한다.

한편 그 의미가 쉽게 파악되지 않는 몇몇 체언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 세대에/에게 바치다”의 ‘세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로 인해 ‘세대’ 뒤에 ‘에게’를 써야 할지 ‘에’를 써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세대’는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약 30년 정도 되는 기간’(무생물)과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사람)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세대’ 뒤에는 그 의미에 따라 ‘에’를 쓸 수도 있고 ‘에게’를 쓸 수도 있다. ‘계급’이나 ‘계층’도 그런 체언에 해당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59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23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207
3370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1180
3369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182
3368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184
3367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184
3366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1187
3365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187
3364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1188
3363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192
3362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1193
336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1194
336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197
3359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197
3358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198
3357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199
3356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199
3355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1200
3354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201
3353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1202
3352 쓰봉 風文 2023.11.16 1203
3351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1204
3350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204
3349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2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