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9 16:54

뒤치다꺼리

조회 수 17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뒤치다꺼리

대학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막바지다. 작년 이맘때 고3엄마로 초조하고 정신 없이 보내던 날들이 떠오른다. 수험생을 둔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부모의 자식 뒤치다꺼리는 도대체 언제까지일까? 유독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헌신은 끝이 없어 보인다.

뒤에서 일을 보살펴 도와주는 일을 ‘뒤치다꺼리’라고 한다. 그런데 ‘뒷치닥거리’ 혹은 ‘뒤치닥거리’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뒤치다꺼리’는 명사 ‘뒤’와 ‘치다꺼리’가 합하여 생긴 말로 ‘치다꺼리’는 어떤 일을 치러 내는 것, 혹은 남의 자잘한 일을 보살펴 주는 일을 말한다. ‘치다꺼리’가 거센소리로 시작하기 때문에 ‘뒤’에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고 ‘뒤치다꺼리’가 되는 것이다. ‘뒤치닥’과 ‘거리’가 합하여 ‘뒤치닥거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뒤치닥’이란 단어는 사전에 없다.

‘-거리’와 ‘-꺼리’는 헷갈리기 쉽다. 하지만 ‘꺼리’는 한 낱말이 아니다. ‘거리’는 의존명사로 국거리, 반찬거리, 자랑거리, 얘깃거리, 고민거리, 마실 거리 등 ‘어떤 내용이 될 만한 재료’라는 뜻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또한 ‘한나절 거리(한나절 동안 해낼만한 일)’ ‘한 시간 거리(한 시간 동안 해낼만한 일)’처럼 시간 뒤에 쓰이거나 ‘한입 거리(한입에 처리할만한 것)’ ‘한주먹 거리(한주먹에 처리할만한 것)’처럼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쓰이기도 한다. 이 경우 모두 ‘꺼리’로 발음되기 때문에 혼동이 오기 쉽다.

굿을 뜻하는 ‘푸닥거리’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푸닥거리’는 ‘푸닥+거리’가 아니다. ‘푸닥’이란 말은 없다. ‘치다꺼리’와 마찬가지로 ‘푸닥거리’ 자체가 한 단어이다. 단어의 형태가 비슷하지만 하나는 ‘꺼리’이고 하나는 ‘거리’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94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154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6236
3414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1108
3413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1112
3412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1130
3411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1144
3410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1181
3409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1184
3408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1196
3407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1202
3406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1204
3405 뒷담화 風文 2020.05.03 1237
3404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237
3403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1268
3402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282
3401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285
3400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1293
3399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316
3398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1318
3397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330
3396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332
3395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1337
3394 옹알이 風文 2021.09.03 1353
3393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35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