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2 10:26

'밖에'의 띄어쓰기

조회 수 9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밖에'의 띄어쓰기

주말 저녁, 외국의 어느 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TV로 보고 있었다. 한 소녀가 뭐라고 말을 하자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요.’라는 자막이 나타났다. 얼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다면 ‘이 안에’ 있단 말인가?

물론 그런 뜻이 아니다. 병든 부모님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 학교에도 못 가고 물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곧 펼쳐졌다. 그렇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라고 해야 한다. 둘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띄어쓰기 차이다. ‘밖에’를 앞 말과 띄어 쓸 때와 붙여 쓸 때는 의미가 달라진다.

앞 말과 띄어 쓰는 ‘밖에’는 명사 ‘밖’에 조사 ‘에’가 결합된 것으로, 일정한 범위나 한계 바깥을 의미한다. 이 ‘밖에’는 ‘안에’의 반대말이므로 ‘창 밖에 비가 내린다’는 말은 ‘창 안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고 ‘문 밖에 누가 왔다’는 ‘문 안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때 ‘밖’은 ‘안’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명사이므로 앞 말과 띄어 쓴다. 물론 다른 말이 앞에 나올 필요 없이 단독으로도 쓰인다. ‘밖에 오래 서 있었더니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가 그런 예이다.

이와 달리 항상 앞 말에 붙여 써야 하는 ‘밖에’는 ‘그것 말고는’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다. 뒤에는 반드시 부정적 뜻을 지닌 말이 온다. ‘동생이 하나밖에 없다’든가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처럼 쓴다. ‘동생이 하나밖에 있다’든가 ‘돈밖에 아는 구두쇠’ 같이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는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

위에 예로 든 TV 자막의 ‘밖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있다’로 바꾸어서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앞 말과 붙여 쓰는 조사임을 알 수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57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12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035
3388 "잘"과 "못"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8.27 23457
3387 쌓인, 싸인 바람의종 2008.12.27 23040
3386 ‘넓다´와 ‘밟다´의 발음 바람의종 2010.08.15 22573
3385 꺼예요, 꺼에요, 거예요, 거에요 바람의종 2010.07.12 22523
3384 저 버리다, 져 버리다, 처 버리다 쳐 버리다 바람의종 2009.03.24 22100
3383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바람의종 2007.07.24 22036
3382 뜻뜨미지근하다 / 뜨듯미지근하다 바람의종 2010.11.11 22006
3381 못미처, 못미쳐, 못 미처, 못 미쳐 바람의종 2010.10.18 21995
3380 상봉, 조우, 해후 바람의종 2012.12.17 21886
3379 색깔이름 바람의종 2008.01.29 21665
3378 썰매를 지치다 바람의종 2012.12.05 21444
3377 달디달다, 다디달다 바람의종 2012.12.05 21303
3376 땜빵 바람의종 2009.11.29 21282
3375 부딪치다, 부딪히다, 부닥치다 바람의종 2008.10.24 21182
3374 통음 바람의종 2012.12.21 21145
3373 지지배, 기지배, 기집애, 계집애, 임마, 인마 바람의종 2011.12.22 21054
3372 내 자신, 제 자신, 저 자신, 너 자신, 네 자신 바람의종 2010.04.26 20944
3371 두루 흐린 온누리 바람의종 2013.01.04 20929
3370 서식지, 군락지, 군집, 자생지 바람의종 2012.11.30 20841
3369 괴발개발(개발새발) 風磬 2006.09.14 20824
3368 나무랬다, 나무랐다 / 바람, 바램 바람의종 2012.08.23 20774
3367 명-태 바람의종 2012.11.23 2070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