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6.28 14:06

존맛

조회 수 13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존맛

얼마 전 내가 가르치는 한 학생의 문자 메시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존맛’이란 말을 접하고 당혹스러웠다. 요즘 학생들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마구 쓴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평소 순하디 순한 줄로만 알았던 그 학생이 ‘존맛’이란 비속어를 스스럼없이 쓰고 있는 것에 크게 놀란 것이다.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선생인 내가 옆이나 앞에 있는데도 자기들끼리 거리낌 없이 욕설과 비속어를 주고받는다. 얼굴 화끈거리는 경험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또는 ‘매우’라는 뜻으로 ‘존나’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존나’는 ‘좆이 나게’를 줄여 쓴 말인데, 요즘 학생들 대부분은 어원에 대한 고려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 ‘존나’는 ‘졸라’로 바뀌어 쓰이기도 한다.

이것이 ‘멘탈 붕괴’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등을 각각 ‘멘붕’ ‘금사빠’ 등의 줄인 말로 즐겨 쓰는 학생들의 언어 습관과 맞물려 ‘존못’ ‘존예’ ‘졸귀’ ‘졸잼’ 등의 줄인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들은 각각 ‘존나 못생기다’ ‘존나 예쁘다’ ‘졸라 귀엽다’ ‘졸라 재미있다’를 줄인 말이다. ‘존맛’도 이의 연장선 상에서 ‘존나 맛있다’를 줄인 말이다.

말뜻은 변한다. 따라서 ‘존나’ ‘존맛’도 어원과 상관없이 그 저속한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실제로 학생들 대부분은 이 말이 품위 없는 비속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여전히 이 말에 낯을 붉힌다. ‘좆’은 금기어로, ‘존나’ ‘존맛’ 등은 비속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587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241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7486
92 ‘-데’와 ‘-대’, 정확한 표현 風文 2023.06.17 1497
91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1194
90 우리나라 風文 2023.06.21 1400
89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264
» 존맛 風文 2023.06.28 1386
87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138
86 ‘쫓다’와 ‘쫒다’ 風文 2023.07.01 1858
85 참고와 참조 風文 2023.07.09 1440
84 '붓'의 어원 風文 2023.08.18 1475
83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247
82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314
81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159
80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059
79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178
78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062
77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345
76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273
75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367
74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963
73 왕의 화병 風文 2023.11.09 1133
72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953
71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9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