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6.21 06:11

우리나라

조회 수 15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우리나라

한 스타 연예인이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를 ‘저희나라’ 라고 했다가 누리꾼들의 호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화제가 된 사건이었지만 아직도 방송에서 ‘저희나라’라고 말하는 출연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겸손이 몸에 밴 탓일까?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존댓말이라고 한다.

우리도 제대로 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존대에는 존칭이나 높임말을 써서 상대를 높이는 경우와 자신을 낮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상대를 높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이다. ‘저희 회사’‘저희 집’‘저희 가족’처럼 자신이 속한 곳을 낮춤으로써 상대를 높이는 말이다. 그런데 민족이나 나라는 겸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원칙적으로 나라 사이에는 높고 낮음이 없기 때문이다. ‘저희나라’라고 얘기하면 본인뿐 아니라 한국, 한국인 전체가 낮춤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저희민족’ ‘저희나라’가 아니라 ‘우리민족’ ‘우리나라’인 것이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말할 때에 ‘저희나라’는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우리’라고 하면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포함하게 되지만 ‘저희’라고 하면 말을 듣는 사람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웃 동네 어른에게 “저희 동네는 살기 좋아요”라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같은 동네 어른에게 “저희 동네는 살기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말을 듣는 사람이 외부인이 아닌 이상 “우리 동네는 살기 좋아요”라고 말해야한다.

‘저희 나라’라는 표현이 가능한 경우는 ‘저희’가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제외한 삼인칭의 뜻을 가질 때이다. “마이클은 저희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커”와 같다.

‘우리말’ 사랑, ‘우리나라’ 사랑부터 시작하자.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66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14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175
3370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1076
336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1078
3368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079
3367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084
3366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1087
3365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1090
3364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093
3363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094
3362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095
336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096
3360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097
3359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097
3358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098
3357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099
335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1100
3355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100
3354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101
3353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102
3352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1104
3351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104
3350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1104
3349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1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