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1 12:53

세계어 배우기

조회 수 8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계어 배우기

영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어’다. 문제는 그 세계어에 대한 개념이 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온 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 언어? 그건 아니다.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조금만 열심히 배우면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 이건 비슷하게 맞는다.

아직도 이 세계에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더욱 많다. 그럼에도 이방인에게는 으레 영어로 말을 건다. 그리고 영어 질문에 대답을 못하거나 하면 민망해한다. 다시 말해서 모두 잘 알아서 세계어가 아니라 당연히 잘 알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세계어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어의 위력이다.

영어는 잘 몰라도 쓸 수밖에 없다. 영어도 일본어도 모르는 한국인과 역시 영어도 한국어도 모르는 일본인이 외국에서 만나서 무언가 말을 하려면 엉망진창의 영어로 말을 하는 수밖에는 방도가 없다. 또한 이런 것이 결코 흉이 아니다. 오히려 최선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세계어는 어쩔 수 없이 상처투성이의 언어가 된다. 오만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주워섬기니 불가피하게 언어는 많이 망가진다. 그것이 세계어가 된 업보이고 대가이다. 그래서 세계어를 쓰면서 자주 틀리는 것을 너무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것, 헛갈리거나 실수하는 것은 세계어의 숙명이다.

세계어는 무슨 이론적 바탕으로 정해 놓은 것이 아니다. 그저 사회적 추세이다. 그 추세를 각종 국제기구와 국제 행사에 반영해서 사용 언어를 선택한다. 그렇기에 하나의 세계어를 배우는 데 모든 것을 다 거는 것은 그리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차라리 ‘세계어로서의 영어’의 한계선을 어느 정도 설정해 놓고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금처럼 무한정 배우는 것은 고액의 학습비용을 곧바로 매몰비용으로 처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813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467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9579
3190 가시집 바람의종 2008.03.15 7304
3189 매발톱꽃 바람의종 2008.03.16 7702
3188 삿갓봉과 관악산 바람의종 2008.03.16 7815
3187 촌수 바람의종 2008.03.16 8250
3186 따발/따발총 바람의종 2008.03.16 7474
3185 별꽃 바람의종 2008.03.16 6057
3184 빌레와 바위 바람의종 2008.03.18 6837
3183 바람의종 2008.03.18 6463
3182 입뇌리·물퉁게 바람의종 2008.03.18 10103
3181 족두리꽃 바람의종 2008.03.19 7184
3180 진고개와 긴고개 바람의종 2008.03.20 7334
3179 어버이 바람의종 2008.03.20 7551
3178 단고기 바람의종 2008.03.20 7346
3177 엉겅퀴 바람의종 2008.03.22 5400
3176 오랫도리 바람의종 2008.03.22 7887
3175 임·님 바람의종 2008.03.24 10573
3174 수표 바람의종 2008.03.24 7296
3173 쐐기풀 바람의종 2008.03.24 6395
3172 구미와 곶 바람의종 2008.03.25 7063
3171 아줌마·아지매 바람의종 2008.03.25 11905
3170 꽝포쟁이 바람의종 2008.03.25 7765
3169 범꼬리 바람의종 2008.03.27 638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