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2.01 06:54

삼디가 어때서

조회 수 14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삼디가 어때서

느닷없이 정치판에서 언어 문제로 입씨름이 붙었다. ‘3D 프린터’를 [삼디]라고 읽느냐 [스리디]라고 읽느냐 하는 문제다. 이상하게도 정치권에서 영어 발음 같은 언어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대개 비본질적인 논쟁으로 비화한다. 여러 해 전에 ‘오렌지’냐 ‘어륀지’냐 하던 논쟁도 정책 수준을 무척 저급하게 만들었던 추억으로 남았다.

옛날 군에서 지급한 소총은 M1[엠원]이었다. 후에 M16이 지급됐다. 보통 [엠십육]이라고도 했지만 [엠식스틴]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국산 고등훈련기 T-50은 [티오십]이고 보잉 707도 보통 [칠공칠]이라 한다. 역사 수업에서 배운 제국주의의 삼비(3B) 정책과 삼시(3C) 정책은 아무도 [스리비]나 [스리시]라고 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힘든 직업을 가리키는 ‘3D’ 업종은 보통 [스리디 업종]이 아니라 [삼디 업종]이라 한다. 연필 ‘4B'도 보통 [사비]라 하지 [포비]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 도대체 발음의 원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언어 전문가로서는 민망스럽게도 ‘특별한 원리가 없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 두 가지 발음법은 윤리 문제도, 언어 원리의 문제도 아니다. 또 지식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인습과 취향의 차이에 더 가깝다. 이런 것으로 누가 더 유능한 사람인지는 도저히 평가할 수 없다. ‘3D’를 차라리 ‘삼차원’ 혹은 ‘입체’라고 표현했다면 더 나았겠다.

이번 대선은 수많은 시민들이 무려 스무 번 넘게 길거리에서 ‘자기 이익’을 넘어서서 헌신함으로써 얻어낸 ‘역사적 기회’이다. 이 기회를 의미 없는 말꼬리 잡기로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말로는 ‘통합’이면서 실천은 ‘분열’과 ‘파열’로 나아가고 있지 않는가?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93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51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486
3149 가차없다 바람의종 2007.04.28 10613
3148 가책 바람의종 2007.05.25 11566
3147 가파르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2.07 8542
3146 가히·논개② 바람의종 2008.04.23 9752
3145 각각 / 씩 바람의종 2010.02.28 8141
3144 각광 바람의종 2007.05.28 5676
3143 각둑이, 깍둑이, 깍두기, 깍뚜기 바람의종 2009.11.09 14444
3142 각시취 바람의종 2008.04.29 7267
3141 각축 바람의종 2007.05.28 6102
3140 간(間)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2.27 11578
3139 간디·무작쇠 바람의종 2008.06.18 6483
3138 간이 부었다 바람의종 2007.12.26 11819
3137 간절기 바람의종 2012.05.11 12191
3136 간지 바람의종 2009.03.03 8325
3135 간지 바람의종 2010.08.03 9635
3134 간지는 음력 바람의종 2010.01.20 13405
3133 간지럽히다 바람의종 2009.02.12 9458
3132 간지르다, 간질이다 바람의종 2009.08.03 8632
3131 간판 문맹 風文 2014.12.30 24427
3130 갈가지 바람의종 2009.07.30 7946
3129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8.10.30 74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