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9 00:02

태극 전사들

조회 수 135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태극 전사들

삼일절이 다가온다. 태극기 들고 만세 운동을 했던 날이며 우리 헌법에는 이 삼일운동을 계기로 세운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삼일운동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의 독립 노선에 ‘공화국’ 건설을 명확히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왕정복고’를 부르짖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삼일운동 이후 우리는 공화정을 새 시대의 대의로 삼았고 태극기의 상징 가치를 자명하게 받아들였다.

태극기에 대한 비판도 가능은 하다. 유교적 우주관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태극기를 들고 다니거나 대문에 거는 우리들 중 누구도 그것을 유교적 전통과 연관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만 담고 있을 뿐 이것으로 자신의 신앙을 배타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고 주로 보편적인 국가 통합을 상징하는 도구로 이용해왔다.

종이사전에는 안 나왔지만 요즘 새로 나온 웹사전에서 얼굴을 내민 단어가 있다. ‘태극 전사’라는 말이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금방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의 별칭이자 동시에 명예스런 애칭이다. 여성 선수들에게는 ‘태극 낭자’라는 호칭도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정파적 목적으로 태극기를 들고 아스팔트길을 누비는 또다른 의미의 태극 전사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 삼일운동 이래 사회 통합의 상징으로 기능해왔고 국가대표들의 경기에 열광하며 흔들었던 태극기의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고 다수의 반대 의견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태극기가 이용된다면 이는 곧 사회의 분열이자 퇴행이다. 이제 두 해만 지나면 삼일운동 100주년이다. 차제에 태극기에 분열의 상징이 아닌 통합적 기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87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43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407
3326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1130
3325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042
3324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1205
3323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1415
3322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483
3321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497
3320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285
3319 “김” 風文 2023.03.06 1721
3318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269
3317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312
3316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313
3315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546
3314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230
3313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758
3312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522
3311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358
331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1275
3309 ○○노조 風文 2022.12.26 1369
3308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311
3307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752
3306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1968
3305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4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