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8 22:52

외래어의 된소리

조회 수 13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외래어의 된소리

한때 국민 점심 ‘짜장면’의 바른 표기가 ‘자장면’이었던 적이 있었다. 몇 가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안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젠 둘 다 인정을 받는다. 다행히 ‘짬뽕’과 ‘껌’은 굳어진 관행으로 인정을 받아서 굳이 ‘잠봉’이나 ‘검’으로 적을 필요가 없었다. ‘짬뽕하다’라든지 ‘껌값’ 등의 파생어가 생겨서 이미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우리의 언어 현실에서는 사실 외래어를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니 외래어 표기 규범과 충돌된다. 자연히, 표기할 때는 부드러운 예사소리로, 발음할 때는 익숙한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글 쓸 때는 ‘버스, 가스’, 말할 때는 ‘[뻐스], [까스]’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독한 ‘빼갈’ 마실 때는 된소리로 말하고, 사전을 찾을 때는 ‘배갈’을 찾아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아예 예사소리로 발음하면 의미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뒷배가 든든한 사람을 가리켜 ‘빽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백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냥 멍해진다.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거나 미리 잡은 일정이 취소됐을 때 또 낙제 학점이 나왔을 때, [빵꾸]가 났다고들 하는데, 길거리의 정비공장에는 ‘빵구’라고 씌어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는 대개 ‘펑크’라고 표기된다. 세 가지의 변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통속적으로 사용되는 외래어를 엄격한 표기 규범의 틀 안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애를 쓰면 쓸수록 규정의 이상과 언어의 현실 사이의 틈만 벌어진다. 이렇게 통속적 경로로 들어온 외래어는 규정에 ‘관습적 형태’라고 해서 따로 인정해주는 편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표준어 관리자도, 언어 사용자들도 편해진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61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24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217
312 클래식 바람의종 2010.03.17 12142
311 타산지석 바람의종 2010.03.10 10609
310 탓과 덕분 바람의종 2010.10.06 9776
309 탕비실 바람의종 2010.07.23 10617
308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369
307 태백산과 아사달 바람의종 2008.01.21 7714
306 태어나다 바람의종 2012.02.28 9590
305 태풍의 눈 바람의종 2008.01.31 10617
304 택도 없다. 바람의종 2010.08.15 14702
303 터무니가 없다 바람의종 2008.01.31 11487
302 터무니없다 바람의종 2010.04.13 10559
301 터물·더믈 바람의종 2008.04.28 8057
300 터울 바람의종 2008.11.11 7108
299 터키말과 튀르크어파 바람의종 2007.11.08 6591
298 토끼 바람의종 2008.10.22 8094
297 토를 달다 바람의종 2008.02.01 13814
296 토씨 하나 잘못 쓰면 바람의종 2010.05.06 8428
295 토씨의 사용 바람의종 2009.05.31 6161
294 토족말 지킴이 챙고츠 바람의종 2007.12.16 7042
293 톨마 file 바람의종 2009.09.21 7601
292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1423
291 통음 바람의종 2012.12.21 2133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