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31 09:05

개헌을 한다면

조회 수 11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헌을 한다면

우리의 헌법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문화에 대해서 겨우 한 조항(9조), 교육에 대해서도 겨우 한 조항(31조), 그러고는 나머지 대부분이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헌법 자체의 성격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북한의 헌법에는 문화와 교육 부문에 무려 20개 가까운 조항들이 들어가 있다.

한동안 정치권에서 개헌 이야기가 들리더니 또 조용해진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보나마나 또 권력 문제만 논의할 것이다. 이럴 때 그저 그런 보통 사람들의 생각도 한번 모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한 가지씩 꿈을 이야기해 보자. (새) 헌법에 언어에 대한 조항을 마련한다면 무엇을 넣는 게 좋을까?

아마도 욕설을 금지하자는 둥, 표준어를 더욱더 강화하자는 둥, 또는 외래어를 못 쓰게 하고 순수한 우리 어휘를 살리도록 하자는 둥 하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언어를 악용함으로 말미암아 사회에 대한 신뢰가 결정적으로 망가지게 되는 그 밑뿌리에는 분명히 공직자들이 하는 거짓말이나 오리발 내밀기, 또 더 나아가 유체이탈식 표현과 허위 선거 공약들이 둥지 틀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인들의 언어를 믿고 지지를 해 주었으나 결국은 배신당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릇된 언어 사용을 문제 삼아 형벌을 준다는 것은 별로 생각해 본 일이 없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아닌 공직자들의 언어 왜곡은 아무리 보아도 다수를 향한 절도나 사기와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신뢰에 가장 치명적 상처를 내고 있다. 언어를 그릇되게 쓴 공직자에게 책임을 묻고 벌할 수 있는 무언가의 근거가 헌법에 명시된다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3040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457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1Jun
    by 風文
    2022/06/01 by 風文
    Views 1195 

    경평 축구, 말과 동작

  5. No Image 13Jul
    by 風文
    2022/07/13 by 風文
    Views 1195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6. No Image 20Dec
    by 風文
    2023/12/20 by 風文
    Views 1195 

    어떤 반성문

  7. No Image 31Oct
    by 風文
    2021/10/31 by 風文
    Views 1197 

    개헌을 한다면

  8. No Image 10Oct
    by 風文
    2022/10/10 by 風文
    Views 1204 

    인과와 편향, 같잖다

  9. No Image 19Apr
    by 風文
    2023/04/19 by 風文
    Views 1205 

    내연녀와 동거인

  10. No Image 01Sep
    by 風文
    2022/09/01 by 風文
    Views 1209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11. No Image 11Oct
    by 風文
    2023/10/11 by 風文
    Views 1209 

    모호하다 / 금쪽이

  12. No Image 31May
    by 風文
    2022/05/31 by 風文
    Views 1210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13. No Image 16May
    by 風文
    2020/05/16 by 風文
    Views 1212 

    24시 / 지지지난

  14. No Image 12Jul
    by 風文
    2022/07/12 by 風文
    Views 1213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15. No Image 30Dec
    by 風文
    2023/12/30 by 風文
    Views 1213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16. No Image 01Nov
    by 風文
    2023/11/01 by 風文
    Views 1218 

    ‘내 부인’이 돼 달라고?

  17. No Image 16Jul
    by 風文
    2022/07/16 by 風文
    Views 1219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18. No Image 20May
    by 風文
    2022/05/20 by 風文
    Views 1220 

    말과 상거래

  19. No Image 10Nov
    by 風文
    2021/11/10 by 風文
    Views 1222 

    주어 없는 말

  20. No Image 06Feb
    by 風文
    2022/02/06 by 風文
    Views 122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21. No Image 03Sep
    by 風文
    2021/09/03 by 風文
    Views 1225 

    옹알이

  22. No Image 05Aug
    by 風文
    2022/08/05 by 風文
    Views 1229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23. No Image 05Sep
    by 風文
    2022/09/05 by 風文
    Views 1229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24. No Image 25Jan
    by 風文
    2022/01/25 by 風文
    Views 1230 

    연말용 상투어

  25. No Image 12May
    by 風文
    2022/05/12 by 風文
    Views 1231 

    영어의 힘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