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16 13:44

가(價)

조회 수 9399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價)

한자 ‘글자 자’(字)가 첫소리가 아닐 때는 된소리가 된다. ‘승자총통(勝字--)[승짜--]’ 관련 방송 뉴스에 바르지 않은 발음이 나왔기에 지난번 이 자리에서 살펴본 발음법이다. 내 은사는 고문자(高文子)[--자] 선생님, 옛글자는 고문자(古文字)[--짜] 등을 보기로 들기도 했다.


근데 두 가지 예외를 제대로 짚지 않고 넘어갔다. 하나는 수 관형사 뒤에서는 예사소리가 된다는 것. 글자 수를 한 자, 두 자, 스무 자, 서른 자…처럼 헤아릴 때는 [한자], [두자], [스무자], [서른자]이다. 자연현상으로부터 인륜 도덕에 이르는 지식 용어를 사언(四言) 고시(古詩) 250구 모두 1000자로 수록한 한문 학습 입문서 <천자문>(千字文)은 그래서 [-짜-]가 아니라 [-자-]이다. 예외의 다른 하나는 글자를 뜻하는 문자(文字)와 같은 표기인데 ‘예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한자로 된 숙어나 성구(成句) 또는 문장’의 뜻일 때는 [-자]가 된다는 것이다. ‘공자 앞에서 문자(文字) 쓴다’ 같은 속담이나 ‘선인의 문자향(文字香)을 좇는 삶’의 경우 [문자(향)]로 발음하는 게 맞다.

표기는 같지만 뜻에 따라 예사소리와 된소리가 되는 경우가 또 있다. 대표적인 게 ‘고가’이다. 높이 가로질러 세워 만드는 길 ‘고가(高架)도로’는 [고가--], 오래된 집은 고가(古家)[고가], 비싼 값은 고가(高價)[고까]이다. [고까도로]라 소리 내면 건설비 많이 들여 닦은 길이란 뜻이 된다. ‘미국발 악재’로 폭락한 주식 값은 주가(株價)[-까], 장 설 때 시작한 값은 시가(始價)[-까], 폐장할 때 값은 종가(終價)[-까]이다. 돈·가치를 떠올리면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다. 사자성어로 동가홍상(同價紅裳), 발음은 [-까--]. 이처럼 ‘값 가’(價)는 ‘자’(字)처럼 첫소리가 아닐 때 [-까]로 소리 난다.

‘가’와 ‘자’라고 쓰고 소리 환경에 따라 [까], [짜]로 읽는 게 우리 발음법의 세계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503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164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6358
3216 더위가 사그러들다 바람의종 2010.07.10 15170
3215 획정, 확정 바람의종 2008.12.10 15166
3214 아니꼽다 風磬 2007.01.19 15126
3213 으레, 으례, 의례 바람의종 2012.08.23 15109
3212 휘발성 바람의종 2010.08.07 15104
3211 호래자식(후레자식) 바람의종 2007.04.27 15097
3210 직성이 풀리다 바람의종 2008.01.30 15079
3209 훈방, 석방 바람의종 2010.07.23 15071
3208 애저녁에 / 애초에 바람의종 2012.08.16 15059
3207 국어의 품사 1 바람의종 2009.12.14 15058
3206 패이다 바람의종 2008.12.11 15045
3205 해설피 바람의종 2010.05.31 15030
3204 쟁이, 장이 바람의종 2010.07.09 14900
3203 택도 없다. 바람의종 2010.08.15 14897
3202 상피 붙다 바람의종 2007.05.12 14883
3201 뭉기적거리다, 밍기적거리다 바람의종 2012.01.23 14880
3200 오랫만, 오랜만 바람의종 2008.11.20 14875
3199 기다 아니다 바람의종 2007.09.23 14831
3198 훈민정음 반포 565돌 바람의종 2011.11.20 14828
3197 단도리, 잡도리, 당조짐 바람의종 2010.08.05 14810
3196 괄괄하다 風磬 2006.09.29 14804
3195 ‘가로뜨다’와 ‘소행’ 바람의종 2010.07.09 1478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