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힌 설전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를 ‘형태소’라고 한다. 이때의 뜻은 개념적인 뜻뿐만 아니라 기능적 또는 관계적인 뜻까지 포함한다.
“가시 돋힌 설전, 상처 치유될까?” 뉴스 전문 채널의 자막에 뜬 문장이다. ‘돋힌’을 보자. ‘돋히다’의 관형형이다. ‘돋히다’를 형태소 단위로 쪼개면 ‘돋(어간)+히(접미사)+다(어미)’로 분석된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돋치다’는 있는데, ‘돋히다’는 없다. ‘돋치다’의 ‘-치’도 접미사로서 하나의 형태소다. 접미사 ‘-히’와 ‘-치’를 살펴보자. ‘-히’는 사동 또는 피동을 나타낸다. 사동과 피동에 함께 쓰이는 접미사로는 ‘-이, -히, -리, -기’가 있고, 사동에만 쓰이는 접미사로는 ‘-우, -구, -추’가 있다. ‘가시 돋힌’에서 ‘-히’는 ‘먹히다, 밟히다’처럼 피동의 뜻으로 쓴 듯하다. ‘-치’는 ‘밀치다, 부딪치다’처럼 강세를 나타낸다.
사전이 ‘돋치다’는 싣고 ‘돋히다’는 싣지 않은 것은 ‘돋다’의 강세형만 인정하고 피동형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돋히다’는 ‘돋치다’의 틀린 표기로 본다. 그런데 ‘돋히다’로 쓴 사람이 피동의 뜻으로 썼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도 버르장머리 없는 누구의 말에 ‘가시가 돋히었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말은 혼자 우겨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언어의 사회성이다.
우재욱/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414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0753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5690 |
3084 | 냄비, 남비 | 바람의종 | 2010.01.15 | 13444 |
3083 | 좋으네요, 좋네요 | 바람의종 | 2010.04.19 | 13435 |
3082 | 센티 | 바람의종 | 2011.05.01 | 13411 |
3081 | "정한수" 떠놓고… 1 | 바람의종 | 2008.04.01 | 13409 |
3080 | 간지는 음력 | 바람의종 | 2010.01.20 | 13408 |
3079 | 초를 치다 | 바람의종 | 2010.09.05 | 13406 |
3078 | 진력나다, 진력내다 | 바람의종 | 2011.12.28 | 13403 |
3077 | 하릴없이, 할 일 없이 | 바람의종 | 2012.10.30 | 13401 |
3076 | 우리말의 참된 가치 / 권재일 | 바람의종 | 2007.08.31 | 13396 |
3075 | 응큼하다 | 바람의종 | 2012.10.09 | 13393 |
3074 | 하릴없다와 할 일 없다 | 바람의종 | 2010.03.08 | 13392 |
3073 | 어미 ‘-ㄹ지’,의존명사 ‘지’ | 바람의종 | 2010.01.27 | 13390 |
3072 | 퍼센트포인트 | 바람의종 | 2011.11.24 | 13387 |
3071 | 자립명사와 의존명사 | 바람의종 | 2010.01.28 | 13383 |
3070 | ‘강시울’과 ‘뒤매’ | 바람의종 | 2010.06.20 | 13382 |
3069 | 언어 분류 | 바람의종 | 2007.10.06 | 13374 |
3068 | 휘하 | 바람의종 | 2007.10.09 | 13370 |
3067 | ‘팜므파말’ | 바람의종 | 2011.12.22 | 13367 |
3066 | ‘때식을 번지다’와 ‘재구를 치다’ | 바람의종 | 2010.05.07 | 13366 |
» | 가시 돋힌 설전 | 바람의종 | 2010.04.01 | 13350 |
3064 | 도시이름 | 바람의종 | 2011.11.14 | 13342 |
3063 | 아퀴를 짓다 | 바람의종 | 2008.01.21 | 133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