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18 02:33

‘자꾸’와 ‘지퍼’

조회 수 8056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자꾸’와 ‘지퍼’

외래어

이번 추석도 떨어져 지내던 친지들을 만나 서로 정을 확인하고 두텁게 쌓는 계기가 됐을 줄 안다. 이렇듯 명절은 ‘지퍼’가 양쪽 천이나 가죽을 잘 물리게 하듯 가족과 친지를 단단히 엮는 구실을 하는 것 같다.

인류의 주요 발명품의 하나로 등장하기도 하는 지퍼를 예전에는 ‘자꾸’라고 일컬었다. 알다시피 ‘자꾸’는 일본어에서 들여왔던 외래어다. 일본의 한 외래어 어원사전을 찾아보면, 1920년대 말에 팔리기 시작했던 한 지퍼의 상표이름 ‘책’(Chack)이 어원이란다. 곧 ‘책’이 ‘지퍼’의 의미로 일본어에서 ‘잣쿠’(チャック)로 쓴 걸 우리가 ‘자꾸’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어 ‘지퍼’가 생긴 사연이 흥미롭다. 어떤 영어 어원사전에는, 1920년대에 지퍼가 달린 어떤 장화의 상표명이 ‘지퍼’였는데, 이때는 지금의 지퍼를 그냥 ‘집’(zip)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뒤 ‘집으로써 닫거나 조이다’라는 뜻의 동사 ‘집’(zip)이 장화 상표명 ‘지퍼’로부터 생겨났고(언어학 용어로 ‘역형성’이라고 일컬음), 나중에 이 동사 ‘집’(zip)에 파생접사 ‘-er’이 붙어서 파생명사 ‘지퍼’가 생겨, 원래의 명사 ‘집’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통명사 ‘지퍼’가 만들어짐에 따라 상표명 ‘지퍼’는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격이랄까.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39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90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872
3238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326
3237 ‘시월’ ‘오뉴월’ 風文 2024.01.20 1390
3236 ‘안 되’는 ‘안 돼’ 바람의종 2009.11.24 8965
3235 ‘암(수)캐’가 ‘암(수)개’로 바람의종 2010.01.22 9369
3234 ‘앗다’ 쓰임 바람의종 2008.06.19 6844
3233 ‘앗다’와 ‘호함지다’ 바람의종 2010.04.18 14118
3232 ‘엘씨디로’ / 각출-갹출 風文 2020.05.06 1986
3231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388
3230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496
3229 ‘요새’와 ‘금세’ 風文 2024.02.18 1323
3228 ‘우거지붙이’ 말 바람의종 2007.10.13 10385
3227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284
3226 ‘으’의 탈락 바람의종 2010.06.19 11013
3225 ‘이’와 ‘히’ 風文 2023.05.26 1243
3224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1144
3223 ‘이다’‘아니다’와만 결합하는 ‘-에요’ 바람의종 2010.01.09 6842
» ‘자꾸’와 ‘지퍼’ 바람의종 2008.12.18 8056
3221 ‘직하다’와 ‘-ㅁ/음직하다’ 바람의종 2010.03.26 13064
3220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076
3219 ‘쫓다’와 ‘쫒다’ 風文 2023.07.01 1922
3218 ‘첫 참석’ 바람의종 2009.11.09 8913
3217 ‘첫날밤이요’ 바람의종 2010.02.21 95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