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풀꽃이름
서로 만나지 못해 애타게 그리워하는 상사는 안타깝다.
“인간 만사 이별 중에 독수공방이 상사난이란다∼”고 매화타령에도 나오지 않는가. ‘상사화’(相思花)는 잎이 모두 말라죽은 것처럼 없어졌을 때 비로소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핀다. 곧,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서로 보지 못하고 생각만 한다고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다.
제주에서는 ‘말마농’이라 하는데, 통마늘처럼 생긴 비늘줄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터이다. 영어로는 ‘매직 릴리’(magic lily)라는데, 잎도 없이 꽃대만 훌쩍 서 있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붙은 이름이라 생각한다.
해마다 고창, 영광 등 남쪽 지방 여러 곳에서 ‘상사화 축제’를 연다. 그런데 실제로 핀 꽃은 꽃무릇(석산)이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이 마찬가지라 이름을 혼용하게 된 것인데, 제 이름을 찾아 ‘꽃무릇 잔치’라고 이르면 어떨까 싶다.
상사화는 꽃무릇보다 먼저 피고 키도 크다. 상사화가 애잔하게 생긴 데 반해 꽃무릇은 정열적인 빨간색이다. 그러고 보니 상사는 애틋함으로 말미암아 불타오르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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