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5 14:49

전농동과 설렁탕

조회 수 8843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전농동과 설렁탕

땅이름은 생김새나 사는 동식물, 풍수지리, 역사적인 일들이 관련돼 생기는 때가 많다. 동대문구 전농동도 그런 경우다. 전농동(典農洞)은 임금이 백성의 농사를 장려하고자 제사를 지내고 밭을 갈던 땅이 있었기에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는 선농단(先農壇)이 있었는데, 이 제단(현재는 제기동)은 농사짓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쳤다는 신농씨(神農氏)·후직씨(后稷氏)를 제사 지내는 곳이었다.

전농동의 땅이름과 함께 널리 알려진 음식이 ‘설렁탕’이다. 설렁탕은 성종대왕 시절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낸 임금이 종친을 비롯한 여러 신하들과 함께 백성을 위로하고자 소머리와 내장 등을 넣고 끓인 음식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농탕’이라 불렸는데, 차음 설렁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말이다. 왜냐하면 성종 연간의 기사가 과연 설렁탕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을 뿐더러 말소리가 비슷한 데서 유추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설렁탕의 유래는 몽골어 [슐렁]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몽어유해>의 [슈루]는 궁중 음식을 뜻하는 [수라]로 바뀌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슈루]는 ‘공탕’(空湯)이다. 그렇기에 ‘유해’의 해석에도 ‘고기?믄믈’이라고 옮겨 놓았다. 요즘에도 몽골에서는 쇠고기를 넣고 삶은 국을 ‘슐렁’이라 부른다. 그럼에도 설렁탕이 전농동과 연관된 말로 전해지는 것은 임금의 덕이 널리 미치기를 바라는 백성들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19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71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690
3215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744
3214 ‘통장을 부르다’와 ‘시끄럽다’ 바람의종 2010.04.30 12181
3213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355
3212 ‘팜므파말’ 바람의종 2011.12.22 13347
3211 ‘평어’를 쓰기로 함, 심심하다 風文 2022.11.23 1861
3210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1363
3209 ‘하므로’와 ‘함으로’ 바람의종 2009.12.04 9530
3208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람의종 2008.03.16 5489
3207 “김” 風文 2023.03.06 1716
3206 “돈이 남으십니다” 바람의종 2010.10.11 6543
3205 “사겨라” “바꼈어요” 風文 2024.05.31 30
3204 “산따” “고기떡” “왈렌끼” 風文 2024.05.31 35
3203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1620
3202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191
3201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390
3200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349
3199 ○○노조 風文 2022.12.26 1350
3198 ㄹ는지 바람의종 2010.03.07 8940
3197 ㅂ불규칙 활용 바람의종 2010.04.23 11637
3196 美國 - 米國 / 3M 風文 2020.06.08 1616
3195 良衣·거리쇠 바람의종 2008.06.27 726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