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2 20:45

누겁다/ 서겁다

조회 수 7094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누겁다/ 서겁다

‘누겁다’는 ‘눅눅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고, ‘서겁다’는 ‘섭섭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다.

“장마철이여서인지 방안이 누거웠다.”(조선말대사전) “오뉴월 겨불도 쬐다나면 서겁다, 짚불도 쬐다나면 서겁다.(우리말글쓰기 연관어대사전)

‘누겁다’와 ‘서겁다’는 ‘눅눅하다’와 ‘섭섭하다’에서 왔다. ‘눅눅하다’에서 ‘눅-’을 취하고, ‘어떤 느낌이 있다’는 뜻을 더하는 ‘-겁’을 결합한 것이다. ‘섭섭하다’도 마찬가지다. ‘눅겁다’에서 ‘누겁다’로, ‘섭겁다’에서 ‘서겁다’로 변한 것은 소리를 쉽게 내고자 함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같이 쓰는 ‘차갑다/ 헐겁다’를 보면 보통 ‘차다/ 헐다’처럼 한 음절의 형용사에 ‘-겁’이 결합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누겁다/ 서겁다’는 두 음절 형용사의 음절 하나만 취했다. 또 ‘누겁다/ 서겁다’는 남녘의 사전은 물론, 방언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누겁다/ 서겁다’는 북녘에서 만든 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겁’이 형용사 어간에 결합되고, 하나의 음절에만 결합된다는 규칙을 찾을 수 있고, 그 규칙에 맞게 말을 만들었다는 점과 이 말의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서 볼 때 잘 만든 말로 여겨진다.

같은 방식으로 ‘~겁다’붙이 형용사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분분하다’에서 ‘분겁하다’를 만들고 ‘(의견이) 분분한 듯하다’는 뜻으로 쓰고, ‘딱딱하다’에서 ‘딱갑다’를 만들고 ‘딱딱한 느낌이 있다’의 뜻으로 쓸 수도 있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07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55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496
3238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285
3237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286
3236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1288
3235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289
3234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290
3233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290
3232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292
3231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294
3230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297
3229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1297
3228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1297
3227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300
3226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301
3225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302
3224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302
3223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304
3222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305
3221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306
3220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1307
3219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309
3218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310
3217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3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