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17 13:18

굿

조회 수 801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굿

글자에 적힌 것만 참된 줄로 알던 역사학에서는 중국 글자를 빌려 써놓은 우리 겨레의 삶이 중국 따라 하기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땅밑에 파묻힌 삶의 자취를 찾고 이름없는 백성의 삶으로 눈길을 돌린 고고학·인류학·민속학이 일어나 살펴보니까 우리 겨레의 삶이 동아시아 문명을 밝히고 이끌어온 횃불이었음이 두루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자랑스런 지난날 우리 겨레 삶의 뿌리에 ‘굿’이 있고, 굿 한가운데 ‘서낭’이 있다.

굿은 사람이 서낭을 모시고 함께 어우러져 서로 주고받는 노릇이다. 사람과 서낭이 한자리에서 만나 뜻을 주고받으며 서로 사랑을 나누는 몸짓이 굿이다. 하느님은 아픔과 서러움에 시달려 울부짖는 사람의 바람을 언제 어디서나 귀담아 들으며 서낭을 보내어 어루만져 주지만 사람은 그런 서낭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못한다. 굿은 그런 사람에게 서낭을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굿의 임자는 하느님이고 서낭이지만 굿을 벌이는 노릇은 하느님이나 서낭이 몸소 하지 않아서 굿을 벌이는 몫을 ‘무당’이 맡는다. 무당은 사람과 서낭을 맺어주는 고리 노릇을 하며 굿을 다스린다. 무당이 서낭을 굿판으로 맞이하고, 사람의 바람을 서낭에게 올려주며, 서낭의 꾸짖음과 어루만짐을 사람에게 내려주고, 서낭과 사람이 서로를 주고받아 어우러지게 하며, 마침내 서낭을 본디 자리로 보내준다. 이런 굿이 지난날 하느님과 서낭을 믿으며 동아시아 문명을 이끌면서 살아온 우리 겨레 삶의 뿌리였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86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39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367
3238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328
3237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1328
3236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331
3235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331
3234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331
3233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334
3232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335
3231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337
3230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340
3229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340
3228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342
3227 언어적 적폐 風文 2022.02.08 1347
3226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1348
3225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350
3224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350
3223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351
3222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351
3221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352
3220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354
3219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356
3218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1356
3217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35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