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6 03:56

미래시제

조회 수 7556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미래시제

어느 나라 말이든 지난적(과거)을 표현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그러나 올적(미래)을 나타내는 방법은 일정하지 않다. 우리는 대체로 ‘-겠-’으로 올적을 표현하지만, ‘-겠-’은 미래뿐만 아니라 의지·추측도 나타낸다. “어제 굉장히 재미있었겠구나”에 쓰인 ‘-겠-’은 지난 일을 추측하는 것이지 결코 미래가 아니다. 또한 ‘-겠-’을 쓸 자리에 ‘-을 것이(다)’를 자주 쓴다. 영어에서도 과거는 어미 ‘-ed’로 표현하지만, 미래를 나타내는 어미는 따로 없다. 그래서 보조동사 ‘will’이나 ‘shall’을 써서 미래를 나타내는데, 역시 의지·추측도 나타낸다.

인도 미슈미말은 지금 시간에서 멀고 가까운 정도에 따라 다양한 어미를 갖췄고, 아프리카 벰바말도 미래를 여러 등급으로 나눠 쓴다. 미슈미말에서 ‘ha tape tha-de’라 하면 내가 금방 밥을 먹을 것이라는 뜻이고, ‘ha tape tha-ne’라 하면 한참 뒤에 내가 밥을 먹을 예정이라는 뜻이다. 벰바말 역시 과거시제처럼 미래도 네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ba-alaa-boomba’라 하면 한 서너 시간 지나서 일할 것이라는 뜻이며, ‘ba-lee-boomba’라 하면 오늘 늦게 일할 것이라는 뜻이고, ‘ba-ka-boomba’라 하면 내일 일할 것이라는 뜻이며, ‘ba-kaa-boomba’라 하면 모레 이후 일할 것을 나타낸다.

언뜻 보면 미래 표현이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구분해 쓴다. 언어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41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79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745
3326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1111
3325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1111
3324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112
3323 언어의 혁신 風文 2021.10.14 1114
3322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115
3321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115
3320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117
3319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118
3318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119
3317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1120
3316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124
3315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125
3314 상석 風文 2023.12.05 1125
3313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128
3312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1129
3311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1129
3310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131
3309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133
3308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135
3307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135
3306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137
3305 사저와 자택 風文 2022.01.30 11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