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0 01:28

말소리의 억양

조회 수 7043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소리의 억양

우리는 낯선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의 고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독특하게 쓰는 낱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대개는 말씨에 나타나는 억양으로 알 수 있다. 억양이란 문장에 얹히는 소리의 높낮이를 말하는데 억양은 그 말의 특징을 구별해 주는 구실을 한다. 억양을 통해 사투리를 분간할 수 있는 것은 우리말뿐만 아니라 여러 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어에서 영국영어, 미국영어를 분간하고, 미국영어 가운데서도 인종간의 언어 차이를 분간하는 데 억양이 그 몫을 한다.

그런데 억양은 문장의 문법 기능을 구별하는 데도 쓰인다. 우리말에서 보면, 똑같은 문장을 두고 끝 억양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에 따라 문법 기능이 달라진다. ‘이 책 읽었어요’를 끝을 내려 말하면 ‘읽었다’는 서술의 뜻이고, 끝을 올려 말하면 ‘읽었느냐’란 의문의 뜻이다. 영어에서도 ‘You are reading the book’을 올려 발음하면 묻는 문장이 된다. 대부분 언어에서 서술문은 문장 끝에 내림 억양이 놓이고 의문문은 문장 끝에 올림 억양이 놓인다.

문장이 아니더라도 한 낱말로 된 말도막도 억양 따라 뜻이 구별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 ‘What’은, 억양을 올리면 앞에 한 말을 되풀이해 달라는 요구이며, 내리면 내가 잘 듣고 있다는 뜻이고, 높은소리로 말하면 절망과 불신을 나타낸다. 이처럼 억양은 모든 언어에서 말씨의 특징을 나타내기도 하고, 문법적 기능을 구별해 주기도 한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75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137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6089
3348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478
3347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480
3346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1482
3345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1482
3344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483
3343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485
3342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1487
3341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1489
3340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491
3339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495
3338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496
3337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498
333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501
3335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501
3334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501
3333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502
3332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503
3331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507
3330 동무 생각, 마실 외교 風文 2022.06.14 1508
3329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1508
3328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509
3327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5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