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2 05:45

우리와 저희

조회 수 8437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와 저희

‘우리’라는 낱말은 ‘나’를 싸잡아 여러 사람을 뜻하는 대이름씨다. 거기 여러 사람에는 ‘듣는 사람’이 싸잡힐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이런 대이름씨는 다른 겨레들이 두루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쓰임새가 남다른 것은 매김씨로 쓰일 때다. 매김씨라도 우리 마을, 우리 회사, 우리 어머니, 우리 아기 … 이런 것이면 남다를 것이 없다. 외동도 서슴없이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라 하고, 마침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에 이르면 이것이야말로 남다르다. 그래서 그건 잘못 쓴 것이고 틀린 말이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나 매김씨 ‘우리’는 ‘나’를 싸잡은 여러 사람을 뜻하지도 않고, 듣는 사람을 싸잡지도 않고, 다만 나와 대상이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를 이루는 깊은 사이임을 드러낼 뿐이다. 이것은 이 땅에서 뿌리 깊게 얽혀 살아온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삶에서 빚어진 남다른 쓰임새다.

이런 ‘우리’의 낮춤말이 ‘저희’다. 그런데 ‘저희’를 쓰려면 마음을 써야 한다. 나를 낮추면 저절로 나와 함께 싸잡힌 ‘우리’ 모두가 낮추어지기 때문이다. 일테면, ‘저희 회사’라고 하려면 우선 말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가장 손윗사람이라야 한다. 게다가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보다 더 손윗사람이라야 한다. 그러니 ‘저희 회사’ 같은 말도 쓸 사람과 쓸 자리가 아주 적다. 요즘 배웠다는 이들이 더러 ‘저희 나라’라고 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이런 말은 그 누구도, 그 누구에게도 쓸 자리가 없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67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19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170
70 우리말 계통 바람의종 2007.12.22 5831
69 주머니차 바람의종 2007.12.22 7471
68 미꾸라지 바람의종 2007.12.21 7375
67 사람 바람의종 2007.12.21 6754
66 개구지다 바람의종 2007.12.20 8586
65 만주말 지킴이 스쥔광 바람의종 2007.12.20 7442
64 도우미 바람의종 2007.12.18 8182
63 고구마 바람의종 2007.12.18 8807
62 가시버시 바람의종 2007.12.17 7478
61 궁시렁궁시렁 바람의종 2007.12.17 6995
60 토족말 지킴이 챙고츠 바람의종 2007.12.16 7005
59 새말의 정착 바람의종 2007.12.16 7469
58 다슬기 바람의종 2007.12.15 8736
57 옮김과 뒤침 바람의종 2007.12.15 8118
56 꿍치다 바람의종 2007.12.14 9314
55 말과 나라 바람의종 2007.12.14 6756
54 뒷담화 바람의종 2007.12.13 7146
53 부추? 바람의종 2007.12.13 6242
» 우리와 저희 바람의종 2007.12.12 8437
51 다방구 바람의종 2007.12.12 8933
50 몽골말과 몽골어파 바람의종 2007.11.10 9658
49 훈훈하다 바람의종 2007.11.09 1337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